박남춘 시장이 답보상태에 빠진 인천지하상가 조례 개정을 위해 인천시의회를 찾아가는 등 직접 나서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는 허종식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김광용 기획조정실장, 신봉훈 소통협력관 등도 참석한다.
박 시장이 지하상가 조례 개정에 직접 나선 건 지하상가 점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이를 이유로 시의회가 조례 통과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사원도 올해 말까지 개정 여부를 보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시를 압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조례가 빨리 개정되지 않으면 올해 말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3개 지하상가(인현·신부평·부평중앙)가 별다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시의회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의 시정명령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 재정의 숨통을 트여주는 보통교부세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조례 개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인천지하상가의 가장 큰 문제는 인천시로부터 점포를 임대받은 임차인들이 점포 사용권을 수십년 보장받은 뒤 이를 마음대로 재임차하거나 권리금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면 10㎡ 남짓한 지하상가 점포가 4억원이 넘는 권리금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인천시로부터 1달 평균 15만원 남짓한 사용료를 낸 임차인들이 재임차인들에게는 100만~300만원의 임차료를 받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전체 지하상가 점포의 74%가 재임차 점포다.
인천시는 지하상가 운영 조례를 통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하상가 점포의 재임차(전대)와 양도·양수를 허용하고 있다. 2002년 제정된 이 조례는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돼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 감사원 등이 잇따라 개정을 권고했지만 불발됐다.
상가 임차인들이 기존 조례를 믿고 비싼 권리금을 주고 점포를 양도받았기 때문에 조례 개정시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8월 문제가 되는 조례를 수정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인 건설교통위원회는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심의를 '보류'했고 이후 시의회 차원의 논의가 멈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