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회항'에 균열까지…계속되는 항공 장애에 당국·항공사 긴급회의

국토부 "어렵게 쌓아온 항공 신뢰 흔들려…위기의식 느낀다"
'회항 사태' 제주항공 "다음달까지 자체 강화한 안전운항체계 마련하겠다"
보잉 737NG 항공기는 전수 점검 계속

김재천 제주항공 부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항공사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최근 회항과 엔진 화재 등 안전 문제가 급부상한 항공계와 정부가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나섰다.

'동체 균열'로 전수 점검을 받게 된 보잉 737NG 계열 기종에 대한 정부와 각 항공사의 계획도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에어인천·이스타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9개 항공사 경영진, 운항·정비본부장 등과 긴급 안전점검회의를 열었다.

앞서 지난 25일 제주항공 7C207 항공기는 김해공항에서 김포로 출발하려던 중 항법 고도 유지 시스템에 점검 사유가 발생했고, 이륙 뒤 9분만에 다시 이상 신호를 감지해 상공을 선회하다 40여분 만에 공항으로 되돌아왔다.

같은 날 대한항공에서 연료밸브가 고장나 지연되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티웨이항공에서 이륙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엔진 시운전 중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토부 권용복 항공정책실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태풍 등 악기상 조건에서 무리한 운항으로 복행과 회항을 거듭한 사례가 지적되는 등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쌓아온 신뢰가 여러 사건들로 흔들려 큰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처분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며 "항공사도 철저한 자체 조사를 벌여 조종사의 비상 대응 훈련 강화, 항공기 정비 등 재발 방지책을 빠르게 실시해달라"고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한 제주항공 김재천 부사장은 "이번 회항 과정에서 나타난 미흡한 부분을 철저히 진단해 다음달까지 운항 중 비상 상황에 대한 기장의 대처 요령, 지식과 기량 훈련을 정비·강화하는 한편, 비행 중 기장과 종합통제실간 상황 전달 체계 강화 등 업그레이드된 자체 안전운항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동체 균열 문제가 불거진 보잉 737NG 기종에 대해서는 우선 전수 점검을 벌인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3만 차례 이상 비행 기록으로 우선 점검 대상에 오른 42대 가운데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운항을 중지한 상태다.

나머지 108대 중 2만 2600차례 이상 비행한 22대는 다음달까지, 2만 2600차례 미만 비행한 86대에 대해서도 이 횟수를 채우기 전까지 점검을 마칠 계획이다.

국내 B737 1대는 1개월간 통상 약 200차례 비행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작사인 보잉 기술진이 다음달 초 우리나라에 와 항공기를 수리하면 정부 항공안전 감독관이 감항성 개선 지시 이행의 완결성을 최종 확인하고 운항 재개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 국토부와 항공사들은 "국민들께서 안전하게 항공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오는 12월 동계 성수기 전에 안전 강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결정했다.

우선, 국토부는 다음달 1일부터 항공안전감독관을 투입해 9개 항공사에 대한 안전점검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개선 조치할 계획이다.

최근 문제로 떠오른 조종사 비상대응훈련, 반복 고장 발생 기종·부품에 대한 정비 방식, 악기상 등 비상 시 운항 통제 절차 등 3개 분야를 우선 점검한다.

오는 12월까지는 항공사의 위험 요인 경감 조치 등 안전관리시스템 이행 실태와 승무원 휴식시간, 비상시 기장과 객실 승무원간 상황전달체계 등을 추가 점검할 예정이다.

또 항공기 고장 시 예비 부품 부족으로 인한 장기 지연 사태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파트풀링'라 부르는 예비 부품 공동 활용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현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이 시행중인 부품 공동활용 사례를 다른 항공사가 공유해 활성화하고, 국토부는 이 같은 부품 임대를 '사전 승인'에서 '사후 신고'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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