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교체론은 친박과 비박 양쪽에서 모두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총선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심의, 예산안 처리 등 여당과 굵직한 싸움을 앞두고 장수를 교체하는 게 적절하냐는 신중론도 당내에 상당하다.
최근 한국당을 향한 설화의 중심에는 모두 나 원내대표가 있었다.
앞서서도 친일 프레임이나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있었지만 '조국 국면'이 일단락된 뒤 일부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당 상품권을 나눠준 게 크게 빈축을 샀다. 원내대표 연장을 위해서는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인기 관리'에 조급해 하다 일을 그르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정적으로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대상 의원들에게 공천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등 공천 관련 언급에 먼저 나섰다가 황교안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측근의 전언도 있다. 물론 황 대표 최측근들은 일련의 사건 이후 황 대표가 나 원내대표에 대한 신임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측근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는 요새 나 원내대표가 이런 일로 언론에 자꾸 등장하는 것을 두고 '어떻게 도움을 줄까', '대표연설 잘해야 할 텐데' 하며 걱정하고 있다"면서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공조체계는 아주 튼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엇박자 이후 당내 친박 그룹에서 기류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친박계는 앞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를 물밑에서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금껏 입지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임기 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며 이미 차기 주자를 자처한 경우도 있다. 친박계를 등에 업은 유기준(4선) 의원은 29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등판을 시사했다.
원조 친박이자 지금은 황 대표의 책사로 알려진 김재원·윤상현(각각 3선) 의원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둘 다 아직은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비박 그룹에서도 차기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친박계에서 차기 주자를 노릴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적잖다.
군불은 강석호(3선) 의원이 지폈다. 그는 지난 24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두 분이라도 나온다면 원내대표는 경선을 해야 된다"면서 출마 의향에 대해서는 "부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재철(5선), 권성동, 김학용, 안상수(각각 3선) 의원이 언급되고 있고, 이밖에도 고심중인 후보는 더 있다. 다만 대체로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각각 통화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심재철)", "생각해보겠다(권성동)",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아니다(김학용)", "나 원내대표가 나오면 밀어주되 아니면 고민할 것(안상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시선도 당내에 많다. 원내대표 임기 종료 시점인 이번 연말에 정국이 가장 뜨겁게 달궈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먼저 예산안 심의가 있고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등 검찰개혁 법안이 담긴 패스트트랙 처리도 이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의원정수' 논의도 포함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12월 3일에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경선을 치른다면 후유증으로 당내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내부 잡음이 발생하면 '필패할 것'이라는 게 한국당을 바라보는 대체적 시각이다.
전략가로 꼽히는 한 핵심 중진 의원은 "전쟁 중에 어떻게 장수를 바꿀 수 있냐"면서 "나 원내대표가 계속 진두지휘하면서 패스트트랙 문제를 풀고, 총선까지 책임지고 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때 지역구에서 유세를 지원하기에 나 원내대표 개인 인지도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또 후보 상당수가 '인적 청산' 대상으로 거론돼 온 인물들인 만큼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사람들이 만약 원내대표가 된 뒤 우리 지역에서 유세해준다고 한다면 '시간 뺏지 말고 굳이 오지 마'라고 할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만 한 자원도 당장 없어 보이지만, 있더라도 언제 이만큼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겠냐"고 했다.
다만 이처럼 엇갈리는 당내 반응을 '정리'할 수 있는 건 결국 황 대표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기 연장 여부는 의원총회에서 결정되겠지만 현 상황에서 황 대표의 신임여부가 의원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