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강제징용 판결 해법 찾기의 어려움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8일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인용했다.
1965년 수교후 최악이라는 한일갈등의 단초가 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온지 30일로 1년을 맞았다.
이후 한일관계는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조치, 8월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이어지며 최악으로 치달아왔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무역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이고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점에서 강제징용 해법을 풀지 않고는 관계복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강제징용 해법에서 '피 한방울'도 흘리지 않으려는 것은 일본측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확정판결 피해자들에 대해 위로금을 지급하자는 이른바 '1+1'안을 제시했지만 일본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일본 기업이 피해를 봐선 안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외교부는 국장급 협의 등을 통해 '1+1'안을 근간으로 다양한 요소를 감안한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대법원 판결과 달리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모든 배상문제는 해결됐다는게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지난 24일 한일 총리회담을 계기로 외교당국간 협의가 지금까지보다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한국측이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해오라'는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여전하다.
일본 정부가 '경제기금 설립안'을 제시했다는 28일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로 일본 정부가 해결책 모색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국 정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안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지만,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그간 한일 당국간 논의 과정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방안"이라며 "보도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외교당국 간에 제안이 오고가고 하는 상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말했다.
앞서 이낙연 총리는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대화에서 일본이 오히려 제안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진화한 셈이다.
한일간에 해법찾기가 이렇게 어렵다보니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각종 제안도 나온다.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국 정부가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 한국 정부가 먼저 위자료를 지급한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들은 근본적으로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선택할 여지가 적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대법원 판결 존중과 피해자 구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건설적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모두 원칙에 관한 문제라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23일 이전은 물론 올해 안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에 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압류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국이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포항지원의 현금화 절차 승인이 12월초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고단이 이후 절차를 홀딩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2차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100%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협상안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문제는 일본이 해법을 가로막고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이 대승적 견지에서 올해 안에 다자정상회의 계기 등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