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은 '즉각 사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퇴의 명분 중 하나인 '당비 대납' 의혹에 대해 "선관위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손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제3지대를 열어 통합개혁정당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며 "새로운 정당의 대표자가 될 새로운 희망을 줄 인사를 모시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 "밀알이 되겠다"고도 했다.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측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선언이다. 규합에 성공하면 자신은 용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손 대표가 말하는 이른바 '제3지대'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치 세력은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가칭) 등 호남계 원내 인사들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결국 호남 통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대안신당이나 민평당과 접촉하고 있지 않다. 호남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내 한 측근 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건부 사퇴"라며 "(변혁 측이) 입장을 분명히 해라, 나가던지, 그렇게 한 다음에 내가 (사퇴)하겠다, 그게 정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승민계가 나가면 바로 실행, 손 대표는 여전히 안철수와는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도 했다.
종합하면 측근의 해석은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만 탈당해주면 자신도 당 대표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 전 의원 측에 대해선 '변혁에서 탈퇴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양측의 갈라 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손 대표의 조건부 사퇴 입장이 전해진 가운데, 변혁 측의 원외 인사들은 "손 대표는 즉각 사퇴하고 선관위 조사에 임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손 대표에게 즉각적으로 사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손 대표의 지도력은 이미 끝났다. 2018년 10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확인된 기간에만 9개월 동안 2250만원에 달하는 당비대납 의혹, 정치자금 의혹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의 위신과 권위가 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의원의 측근 인사인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손 대표가 개인비서라고 한 이모씨 계좌와 임모 전 사무부총장 계좌를 보면 금방 확인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관위가 정무적 판단을 하면 안 된다"고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변혁 측은 손 대표 몫으로 납부된 당비가 이모씨와 임모 전 사무부총장 계좌를 통해 입금된 것이 '당비 대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손 대표는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심부름을 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