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손학규…호남계도 ‘총선 불가론’

孫 지명한 문병호 최고위원, ‘손학규 사퇴’ 촉구 탈당
‘변혁’ 중 유승민계 탈당 관측, 안철수 측 孫 사퇴 후 비대위
호남계도 손학규 체제로 ‘총선 불가’…사퇴 시점만 이견
홍준표 등 외부서도 "사퇴 약속 지켜라"…정계개편 '걸림돌' 인식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기자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 사퇴 여부를 두고 내홍을 겪는 가운데 손 대표 측근까지 등을 돌리며 사실상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에 내몰렸다.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해온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에 이어 문병호 최고위원은 27일 탈당 선언과 함께 손 대표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문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인사로 당권파에 속한다.

당내 호남계 의원들도 손 대표 사퇴 시점엔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손학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손 대표와 정당 생활을 함께 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사퇴 공세에 합류하면서, 손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주장은 범(凡)야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당권파인 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정계개편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음에도 손 대표가 제3지대 세력을 모으기 보단 당권 싸움에만 몰두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4·3 보궐선거 이후 자신에 대한 사퇴 여론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지난 5월 손 대표가 직접 지명한 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측근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다만, 문 최고위원은 안철수·손학규·유승민 또는 안철수‧유승민 등 조합으로 제3지대 형성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대표가 단독으로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유승민‧안철수계 의원 15명)이나 안철수‧손학규만으로 구성된 체제엔 합류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손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을 비판하며 독자 행동에 나선 변혁 측은 연내 탈당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들은 유 전 대표를 견제하는 당내 일부 호남계 의원들을 등에 업고 손 대표가 버티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변혁 소속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바른정당계든 국민의당계든 모두 총선을 ‘손학규’로 치르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호남계 의원들이 별 대안도 없으면서 유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싫어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혁에 참여한 국민의당계 한 의원도 통화에서 “손 대표가 버티면 정계개편이 어렵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고 뒤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유 전 대표도 중도‧보수세력을 만들고자 하는데 한국당 쪽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호남계 의원들은 또한 대부분 손학규 체제 하 총선 불가론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최근 보수통합 이슈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을 의식해 손 대표의 ‘즉각 사퇴’에 우려를 표했다.


유 전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이에 보수통합 논의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지금 손 대표가 사퇴하면 한국당과 합당 또는 연대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계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손 대표 체제는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3지대 빅텐트를 쳐야 할 상황”이라면서도 “바른정당계가 탈당하고 나면 손 대표도 버틸 명분이 없다. 그러나 그 이전까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호남계 중진의원도 “지금 상태론 총선을 치를 수 없고, 제3지대를 표방한 중도개혁을 이끌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 손 대표가 물러나면 대안이 없어 혼란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든, 호남 중심의 제3세력을 꿈꾸든지 간에 손 대표를 걸림돌로 인식하는 셈이다.

때문에 변혁이든 호남계든 바른미래당 내 대부분 세력이 손 대표 체제 하에서 총선은 불가능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신당 창당 혹은 보수 통합, 제3지대 형성 등 각자의 정계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손 대표의 사퇴 시점에만 이견이 있을 뿐이다.

바른미래당 선출직 5인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권 혁신위원회의 결과를 조건없이 수용하자는 의견을 손학규 대표에게 제안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수민 최고위원, 오신환 원내대표, 이준석, 하태경, 권은희 최고위원) 윤창원기자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과 한국당 홍 전 대표 등 당 안팎의 인사들도 손 대표를 겨냥한 공세에 나섰다.

비당권파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를 통해 "손 대표가 임명한 지명직 최고위원(문병호)도 당권파를 버렸다”며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근 손 선배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며 “사퇴 약속을 수없이 하고도 지키지 않은 그의 잘못된 정치 행보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평가는 말년의 정치 행보에서 결정된다”며 “이제 그만 사퇴하시라”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손 대표와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한나라당에서 정당 생황을 함께 한 바 있다. 해당 페이스북에서 홍 전 대표는 1995년 미국 워싱턴 유학 시절과 2007년 손 대표의 탈당 전 만남 등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손 대표 측은 문 최고위원을 대신할 지명직 최고위원을 시일 내 임명해 당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호남계 의원들이 변혁의 독자 행동에 맞대응 차원으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매주 정례모임을 시작하면서 당권파의 추가 이탈 여부가 주목된다. 현재 손 대표에 대해 그나마 우호적인 현직 의원은 김관영, 임재훈, 채이배 의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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