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 경상대 법대 이창호 교수 (전 국정원 과거사위 위원)
1987년 11월 미얀마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 안기부 조작설도 나돌았지만 지난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폭파조작설은 허구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과거사위원회가 당시에 김현희씨를 직접 만나진 못해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진 못했던 상황인데요. 잠적설이 계속됐던 김현희 씨가 최근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이 편지의 핵심내용은 ''안기부 조작설은 국정원이 만든 것이다, 과거사위원회의 조사는 김현희와 안기부 죽이기였다''는 겁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서 KAL 858기 폭파사건을 담당했던 경상대학교 법대 이창호 교수로부터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최근 김현희 씨가 이동복 대표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고, 그것을 이동복 대표가 공개했는데요. 편지를 통해 김현희 씨는 ''참여정부 시절에 국정원과 경찰과 과거사위원회와 MBC PD수첩을 비롯한 언론이 합동해서 KAL기 폭파사건을 우리 정보기관이 조작한 것이라고 진술해달라고 자신에게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조작설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그때부터 나온 겁니다. 87년이 전두환 정권 시절이지 않습니까. 그때부터 조작설이 나왔는데 그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건 말이 안 되죠.
- 2006년에 과거사위원회가 규명해서 공식적으로 발표했었죠? 당시 어떤 결론이었습니까?
김현희는 북한 공작원이고 북측에서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거죠. 그걸 지금 김현희 씨가 부인하는 건 아니잖아요.
- ''김현희 씨는 북한 공작원으로 KAL기를 폭파한 범인이며 이게 사실로 확인됐다''고 2006년 당시 발표했던 거죠?
네. 그건 본인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 당시 김현희 씨를 직접 만나서 조사하진 못하셨는데요. 왜 못 만나셨습니까?
국정원은 힘이 없으니까 못 만났죠.
-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힘이 없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법이 강제를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김현희 씨가 조사를 거부하면 더 이상 조사할 수 없었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 당시 김현희 씨에게 조사를 받아달라는 요청을 몇 번 하셨습니까?
열댓번 했고, 제가 직접 간 것도 서너 번 됐는데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 김현희 씨는 어떤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까?
국정원이 밉다고 했습니다.
- 국정원이 밉고 못 믿겠다?
네.
- 하지만 과거사조사위원회는 국정원과는 다르게 민간위원들 아닙니까?
국정원 위원들이 함께했고 같이 권유하기도 했는데요. 김현희 씨는 끝까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 당시 국정원은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김현희 씨가 면담에 응해주길 원했죠.
- 국정원 내부에서 일부 반대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일부 반대도 있었는데 그건 국정원이 과거에 한 일에 민간이 관여하는 게 싫다는 정도였죠.
- 김현희 씨의 편지에 의하면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를 공격하고 안기부가 이 사건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하는데요. 당시 김현희 씨가 그렇게 생각할 만한 정황이 있었습니까?
안기부가 이 사건을 만들었다면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말이 안 되는 거고요. 제 느낌은 김현희 씨가 안기부 시절에 다 조사했는데 왜 다시 국정원이 들어와서 자기를 괴롭혔냐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 안기부 때 다 조사가 끝났는데 왜 새삼스럽게 괴롭히는 것이냐?
네.
- 김현희 씨의 편지에서는 KAL기 가족회의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다가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조사위원으로 활동하신 신동진 씨에 대해서도 강하게 불신을 표하고 있거든요?
그게 말이 안 되는 게 신동진 씨는 KAL기 사건이 안기부가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해온 분이거든요. 그런데 신동진 씨가 조사해보니까 이건 조작이 아니라고 스스로 판명했습니다. 그걸 자기가 북한 공작원이라면 솔직히 인정하면 될 건데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우습잖아요. 제 느낌으로는 김현희 씨가 요즘 살기가 어려운지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전혀 터무니없는 겁니다.
- 김현희 씨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이게 정치권의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가 KAL기 폭파사건 진실조작을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겠다, 사건의 진실을 뒤집기 위한 음모가 있었고 그 음모를 조사해야겠다''고 논평했는데요?
그럼 김현희가 범인이 아니라는 얘기지 않습니까.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조사 좀 하라고 하세요.
- 차명진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정원과 경찰과 방송사와 시민단체가 긴밀하게 공모해서 김현희에 의한 KAL기 폭파사건을 북측에 의한 대남 테러사건이 아니라 남측 정보기관에 의한 테러조작사건으로 진실을 180도 뒤집으려고 시도했다''면서 그것을 조사해야겠다는 거거든요?
저희는 그걸 이미 책으로 발표했습니다. 책을 보면 다 나와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조사활동한 내용이 300페이지 넘게 나와 있고 명명백백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 차명진 대변인은 ''김현희 씨가 진실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과 가족의 사생활을 유린당하면서까지 버틴 덕분에 조작자들의 음모가 무의로 끝났다''고 했는데요?
전혀 아닙니다. 저희는 조작을 밝히려고 한 게 아니라 진실을 밝히려고 한 것이고요. 김현희 씨의 얘기를 직접 안 들어도 그건 당신이 한 짓이라는 걸 저희가 스스로 얘기했고요. 거꾸로 얘기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가 얘기한 건 김현희 씨가 했다는 건데.
-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 대한민국을 뿌리채 흔들려고 했던 정권 차원의 기획과 진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요?
전혀 아닙니다.
- 당시 진실을 밝히려고 많이 노력하셨죠?
많이 노력했고 나름대로 진실을 밝혔습니다. 김현희 씨도 본인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뭐가 문제입니까.
- 당시 ''김현희 씨가 범인이고 북한에서 한 사건''이라고 밝히는 바람에 조작설을 제기해왔던 쪽으로부터 비판도 받으셨죠?
욕도 많이 먹었죠.
- 그렇게 진실을 밝혔는데 지금 이런 식으로 다시 공격을 받으니 억울하진 않으신가요?
억울한 건 없습니다. 원래 진실이 이기게 되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