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장 바꿔치기' 사건 당시 부산지검의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찰 관계자는 25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사들 사이에선 윤씨가 고소장을 분실한 게 아니라 악성 민원인에게 열이 받아 파쇄해버렸을 거라는 의심과 소문이 다분했었다"고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건을 둘러싼 이 같은 의혹을 바탕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파쇄 의혹 등 제기된 부분들을 여러 방면에서 수사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 22일 두 번째로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도 검찰이 하루 만에 기각하면서 경찰의 진상 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사가 고소장을 파쇄했다면 '공용서류무효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이는 7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중형 범죄"라고 설명했다. 또 "윤씨가 직원들을 시켜 대신 파쇄했더라도 '공범'으로 적시될 것"이라며 "고소장 파쇄는 검사의 정당한 업무 범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야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데, 계속 기각하니 의심만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동일 사안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 신청한 전례가 드문 만큼, 경찰이 영장을 재신청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보강 수사를 다시 한번 거쳐서라도 영장을 재신청해야 한다는 내부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씨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지난 2015년 12월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잃어버리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했다. 당시 부산지검은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윤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윤씨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징계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며, 전·현직 검찰 수뇌부들을 지난 4월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이다. 뒤늦게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지난 6월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영장을 재차 반려한 다음 날인 24일 SNS에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대한민국 법률이 검찰공화국 성벽을 넘어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감히 경찰 따위가 어찌 검찰을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겠냐"며 검찰의 연이은 영장 기각에 씁쓸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