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위원장은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적대시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언급하거나 '추종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공화국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점 등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 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이러한 적대행위들과 잘못된 관행들로 하여 몇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 뻔 했던 조미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의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모든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며 "조미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가 신뢰구축을 위하여 취한 중대조치들을 저들의 '외교적 성과물'로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지만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 해(올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대미협상에서 제외됐고 공식석상에도 잘 드러나지 않던 김 부위원장이 다시 존재를 드러낸 것은 북한이 연말 협상시한을 앞두고 대미 총력공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24일에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싶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연말 총화를 앞두고 초조감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김계관, 김영철 모두 고문급이자 원로들인데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김정은의 의중을 좀더 직접적으로 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미국과 다시 대결하는 국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메시지로도 해석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철 부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겸임했던 통일전선부장은 장금철에게 넘겨줬지만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미국 등 미수교국이나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활용해온 창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