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오재원' 두산 우승을 만든 결정적 장면들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에 환호하는 두산 덕아웃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시리즈 1차전 : 결정적인 실책

두산 베어스는 5점차 리드를 날릴 뻔 했다. 6대1로 앞섰지만 어느새 6대6 동점이 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7경기 만에 통과한 키움 히어로즈의 기세를 감안하면 1차전 승부의 흐름은 결코 홈팀에게 유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실책이 명암을 갈랐다. 9회말 선두타자 박건우가 때린 뜬공을 유격수 김하성이 놓쳤다. 키움은 흔들렸고 두산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재일이 끝내기 안타를 때려 7대6 승리를 이끌었다.

작년부터 극심한 가을야구 슬럼프에 빠졌던 박건우가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오재원은 박건우에게 "하늘이 널 도왔다"고 말하며 부진에 빠진 후배를 격려했다. 시리즈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조언이었다.

두산 오재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시리즈 2차전 : 오재원의 2루타

두산 최주환이 7회말 키움 투수 양현을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하자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의 교체를 결심했다.


김태형 감독은 "최주환의 타격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다. 마지막에 어이없는 삼진을 당했는데 그러면 수비에서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거기서 수비를 보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선택은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은 정규리그에서 1할대 타율로 부진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베테랑은 달랐다. 오재원은 두산이 3대5로 뒤진 9회말 무사 1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 단숨에 자신을 포함한 주자 2명을 득점권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는 키움에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1차전이 끝나고 오재원에게서 용기를 얻은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쳐 6대5 팀 승리를 마무리했다.

김태형 감독은 "2차전은 오재원이 키(key)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뼈아픈 주루사를 당한 키움 샌즈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시리즈 3차전 : 주루사 그리고 이용찬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둔 두산은 사상 처음으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초반부터 힘을 냈다. 3회초 박건우의 투런홈런을 포함, 4득점을 올렸다. 선발 후랭코프는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후랭코프는 7회에 올라와 주자 2명을 내보내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이 가장 좋은 구위를 자랑한다고 평가한 이용찬이 불펜투수로 나섰다.

이용찬은 올라오자마자 첫 타자 송성문에게 우측 방면 깊숙한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2루주자 박병호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타 박동원이 우익수플라이를 날렸지만 이때도 3루주자 박병호는 뛰지 못했다. 우익수 박건우의 어깨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키움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박병호가 당연히 홈으로 뛸 것이라 생각했는지 2루주자 샌즈가 3루를 향해 달리다 황급히 멈췄다. 포수 박세혁은 매의 눈으로 상황을 포착했고 재빠른 2루 송구로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박세혁은 "홈 태그를 하려고 봤는데 샌즈가 잔상에 걸려 있었다. 바로 던졌다. 순간 샌즈가 보여 던진 공에 더블아웃이 되면서 분위기를 탄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은 결국 득점없이 7회를 마쳤다.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을 끝까지 믿었다. 3이닝 세이브를 달성하며 두산의 5대0 승리를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 내내 키움의 벌떼불펜이 주목받았지만 이용찬의 존재감은 그들에 뒤지지 않았다.

두산 오재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시리즈 4차전 : 두산의 키(key)는 오재원

키움의 뒷심은 대단했다. 2회까지 8대3으로 앞섰던 키움은 마운드의 난조로 인해 5회초 8대9 역전을 허용했다. 두산의 불펜은 힘을 내기 시작했고 시리즈 흐름상 역전은 어려워보였다.

지난 1차전에서 두산 선수들을 조롱하는 듯한 덕아웃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던 송성문이 반전의 씨앗을 심었다. 9회말 1사 후 볼넷으로 나갔고 김웅빈의 안타, 박동원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김규민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난 뒤 서건창이 3루 앞 땅볼을 때렸다. 그 순간 두산 팬들의 함성이 돔을 뒤덮었다. 하지만 허경민이 공을 놓치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스코어는 9대9 동점이 됐다.

그러나 김하성이 좌익수플라이에 그치면서 키움은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대가는 컸다. 오재원이 또 한번 일을 냈다. 10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중월 2루타로 출루했다.

마지막 순간에서도 오재원이 두산의 열쇠가 됐다. 오재원은 5회초 7대8로 뒤진 상황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두산의 페이스를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오재원이 적시타를 쳐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이어 김재환이 적시타를 때려 스코어를 11대9로 벌렸다. 치열했던 승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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