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패트 사건' 지도부만 출석?…의원들은 연쇄 반발

나경원 "조만간 검찰 출석해 직접 소명"
의견서 제출로 의원 출석 가름할 방침
진술 꼬이면 '죄수의 딜레마' 발생 우려
"법 준수해야…" 수도권 역풍 걱정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만간 '패스트트랙 고발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지도부 출석과 의견서 제출로 개별 의원 출석을 가름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둘러싼 당내 반발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조만간 검찰에 출석해 '불법 사보임' 등을 직접 소명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미리 준비한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법률지원단 등에 따르면 당은 이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자체 법리해석을 담은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 내용을 좀 더 가다듬은 뒤 이르면 이달 말쯤 피고발인 측을 통해 검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수십 쪽의 의견서에는 먼저 충돌의 선행단계였던 '강제 사보임'에 대한 지적이 담겼다. 특위 위원 교체 과정이 불법적이었으니 이를 막으려는 물리적 충돌이 정당했다는 논리다.

또 사건 발생 경위에 대한 설명과 △국회법(선진화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특수주거침입·특수감금 등 각각의 혐의별 법률적 해석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국당은 다만 지도부 외 의원·당직자·보좌관 등 다른 피고발인들은 출석 요구에 개별적으로 응하지 말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따로 조사를 받다 서로 진술이 꼬이면 게임 이론의 고전적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처럼 다른 피고발인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하지만 이런 당에 방침을 두고 수사 대상에 포함된 당사자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가 '다른 의원들도 조사를 받아야 되느냐'고 묻자 "정기국회가 끝나고 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난 11일 김학용 의원이 다른 방송에서 사견을 전제로 "당당하게, 그리고 그래야지(출석해야지) 우리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 조국과 관련된 것들을 다루는 것도 명분이 서리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한 뒤 이어진 공개적 반응이다.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한 재선 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법과 제도를 준수해야 하지 않겠냐"며 "이렇게 계속 버티기가 국민들 보시기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경우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여론 추이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은 역풍을 특히 걱정하는 눈치다.

복수의 수도권 중진 의원들은 사석에서 "불법 사보임이 문제였다는 말만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하기도 이젠 민망하다", "검찰이 이미 국회방송 압수수색까지 한 마당에 직접 출석해 소명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건을 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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