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되찾았다.
박건우는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끝난 키움 히어로즈와의 2019 KBO 한국시리즈 2차전의 영웅이다. 시리즈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박건우의 2차전 막판 2개의 안타는 역전 드라마의 밀알이 됐다. 마지막 안타는 6대5 끝내기 승리를 결정지은 적시타였다.
박건우는 경기 후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4타수 1안타의 부진이 올해도 계속되자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건우는 "작년부터 너무 못했고 나 때문에 우승도 날아갔고 그런 생각들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밝힌 뒤 "한 경기로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굳건한 다짐은 또 한번의 강렬한 활약으로 이어졌다.
박건우는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원정 3차전에서 두산이 1대0으로 앞선 3회초 벼락같은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두산은 앞서 박세혁의 적시 3루타로 선제점을 뽑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는 키움 에이스 브리검이 던진 시속 148km짜리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박건우의 한국시리즈 통산 첫 홈런이다.
박건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고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두산 덕아웃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박건우의 한방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브리검이 급격히 흔들렸기 때문이다. 두산은 3회초 2사 후 김재환과 오재일의 연속 안타로 점수차를 4점으로 벌렸다. 브리검은 3회가 끝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건우의 팀 기여도는 비단 공격에서만 빛을 발한 건 아니다. 수비에서의 활약도 못지 않았다.
두산은 7회말 무사 1,2루에서 선발 후랭코프를 내리고 이용찬을 투입했다. 승부수였다. 김태형 감독은 이용찬을 마무리로 낙점했지만 이때가 최대 승부처라고 봤다.
그러나 이용찬은 송성문에게 잘 맞은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키움이 첫 득점을 올린 찬스. 이때 박건우의 어깨가 빛났다. 우익수의 빠른 대처에 2루주자 박병호는 3루에서 멈춰야 했다.
이어 대타 박동원이 우익수플라이를 날렸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박건우가 또 한번 강력한 송구로 3루주자의 태그업을 막았다. 키움에게는 설상가상으로 2루주자 샌즈가 베이스를 크게 지나쳤다가 포수 송구에 걸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키움의 기세를 꺾는 경기 초반 투런포와 추격 의지를 꺾은 릴레이 호수비까지, 두산의 5대0 승리로 끝난 3차전은 그야말로 박건우가 지배한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