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소외돼 있던 아동의 주거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는 의의도 크지만, 지원 인력과 물량, 나아가 지하‧옥탑방 등 아예 포함되지 못한 아동 주거권이 여전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이번 대책은 우선 미성년 자녀가 있는 다자녀 가구, 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 시설 거주가 끝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보호 종료 아동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8800억 원을 들여 다자녀 가구 1만 1천, 비주택 거주 가구 1만 3천, 보호 종료 아동 6천 등 시급한 핵심 대상 3만 가구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다자녀 유형'을 신설해 무주택‧저소득이면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미성년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에 적용하는 등 "아동의 주거권을 최초로 공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아동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신체적‧정서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주거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대상"이라며 "하지만 투표권이 없다 보니 그동안 정책 우선 대상에서 많이 밀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득 기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것 또한 이번 대책의 성과로 꼽힌다.
최 소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소득 수준보다는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특정 사회 계층을 중심으로 한 주거복지 정책이 시작됐는데, 이번 대책은 이 같은 패러다임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주거복지 정책의 최우선 기준은 소득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서울시 등의 '서울시 아동 주거 빈곤 가구 주거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경우를 포함해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아동의 수는 서울에만 15만 17가구에 달했다,
평균 주거 면적이 41.5㎡에 불과한 이들 가운데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가 61.6%였고, 재래식 부엌과 화장실을 갖춘 비율도 각각 1.2%, 2.4%에 달했으며, 설비와 비용 등의 이유로 여름철과 겨울철 실내 온도가 적절히 유지되지 않는 가구는 70.6%에 달했다.
일상적인 누수와 침수, 환기 문제와 곰팡이는 물론, 일부 아동은 귀에 벌레가 들어가 응급실에 가거나 아토피로 머리가 다 빠진 경우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일반 저소득층 등은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 등 주거복지로드맵의 기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지하나 옥탑방 거주 가구도 요건에 해당하면 적정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 소장은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아동 가구가 전체 빈곤 가구와 경합해야 하는 문제가 반복된다"고 밝혔다.
물량 측면에서도 과제는 남았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주거 빈곤 상태에 있는 아동은 전국적으로 52만 가구, 94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3년 동안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힌 것은 다자녀 가구 1만 1천 가구를 포함한 3만 가구다.
홈리스들의 주거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의 연대 '홈리스주거팀'은 "이번 대책의 공급 계획은 답보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훈령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오는 2020년 기준 매입임대 2만 6천 호, 전세임대 4만 500호의 공급 계획을 감안하면 최소 연 9975호 수준에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급량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홈리스주거팀은 "더욱이 지난 7월 지침 개정으로 PC방·만화방 거주자, 가정폭력 피해자, 아동과 함께 최저주거기준 미달 거주지에서 사는 사람, 출산 예정인 한부모 등 지원 대상이 대폭 늘었다"며 "물량 확대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데도 지침이 정한 공급량에조차 미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 '아동 주거권에 대해 아직은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경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기존 제도의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