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의 철학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준비된 선수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OK저축은행은 훈련에 임하는 자세와 프로에 걸맞은 실력을 기본 바탕에 두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입혀 코트에 들어설 선수를 선발한다.
데이터는 선수들이 차고 있는 암밴드에 담겨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훈련 중은 물론 경기가 열리는 당일도 암밴드를 차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심박수를 체크하는 암밴드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개인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량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V-리그에 임하고 있다.
암밴드를 활용한 선수 기용은 지난 20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제대로 빛을 봤다. 다른 팀들이 원포인트 서버로 특정 선수를 정해둔 것과 달리 OK저축은행은 조재성, 전병선, 전진선 등을 고루 활용하면서 그 효과를 누렸다.
당시 OK저축은행의 팀 전체 서브 득점은 13점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6점이 원포인트 서버로 나선 선수들이 기록했다. 전병선이 1개, 전진선이 3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특히 조재성은 4세트 23-17에서 연거푸 두 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때문에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도 작전타임이나 세트가 종료된 상황에서 단순한 러닝이 아닌 전력 질주, 제자리 점프 등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의 활용을 고민하다 나온 답이 암밴드였다. 석 감독은 "비시즌 기간 웜업존 활용을 두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농구에서처럼 사이클을 비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라며 "미팅 과정에서 마루야마 고지 코치가 심박수를 체크하는 암밴드가 있으니 활용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잘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 감독은 이어 "물론 아무리 웜업존에서 열심히 몸을 풀더라도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만큼 심박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선수 위주로 투입한다"라며 "수치로 표시되는 부분이 있으니 선수들에게 설명하기도 편하고 선수들 역시 쉽게 수긍하기 때문에 편한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 역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송명근은 "수치로 표시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라면서 "웜업존에서도 코트에 나선 선수들과 비슷하게 몸을 끌어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 선수들 모두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