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풀린 돈만 1천조원 '유동성 공급' 효과 있나?

성장률 2% 달성 어려운 상황, 돈 풀어 투자.소비 유도
시중 유동성 풍부한 상황에서 효과 기대하기 힘들어
"부동산은 안전자산" 곳곳에서 돈 몰리는 시그널
2년 1개월 만에 전국 부동산 매매가격 동반 상승
"투자.소비 부진, 성장모멘텀 상실이 더 큰 문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치며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와 각종 정책금융 제공 등 유동성 확대책을 펴면서 경기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자극 등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기준금리 1.25%25, 사상 최저치로 회귀

한국은행은 24일 전분기 대비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는 –0.4%, 2분기는 1.0% 각각 전분기 대비 성장률을 보인 바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올해 2%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0.97% 이상 성장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무역보복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가운데 2% 경제성장률 달성도 힘들어지면서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투자와 소비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에 이미 나선 상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p 인하하며, 사상 최저 금리로 돌아갔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성장흐름이 기존의 전망경로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요 면에서의 낮은 물가상승 압력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은 억제하고 있지만 경기악화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그리고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는 정책금융이나 시중은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 부동자금 1천조원, 투자처 못찾아 '돈맥경화'

문제는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효과는 적은 반면 부작용은 클 수 있다는데 있다. 이는 시중에 돈이 안풀려 있는게 아니라 돈은 충분한데 잘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현금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MMF 등 통상 1년 미만의 수신성 자금 규모는 989조 6795억 원에 달한다.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 상태에서 기준금리 인하나 정책금융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해봤자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뜩이나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상황에서 유동성을 더 공급할 경우 결국 부동산 등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하의 부작용을 설명하며 "저금리가 장기화된다면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잠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시중 유동성 부동산에 매몰될 가능성 높아

유동성 공급 확대 정책이 당장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최근들어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는 현상들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의 경우 84㎡ 기준 분양가가 16억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지만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도금 대출이 안돼 분양가의 80% 정도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12조원 가량의 부동자금이 몰린 셈이다.

여기다 24일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7년 8월 3째주 이후 2년 1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수치다.

(자료=한국감정원 제공)
공급을 위축시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까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전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 이는 부동산 정책 보다는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 공급 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밖에도 롯데쇼핑이 지난 11일 일반 청약한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인 롯데리츠는 역대 리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인 62.28대 1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이 4조 7610억원 가량 몰리는 등 부동산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설비투자나 소비가 늘지 않는 이유는 급격한 경기둔화에 따라 성장모멘텀이 상실돼 투자 동기도 잃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면서 "많은 유동성이 기준금리 움직임에 동반해서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매몰될 가능성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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