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의 엔진' 군산, 상생형 일자리로 체질 바꾼다

2022년까지 4천억원 투자, 1900개 일자리 전망
명신·새만금 양대 컨소시엄 '전기차 17만대 생산'
수평계열화·상생협의회…'진짜 상생' 노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군산 명신 공장에서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참석자들과 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군산형 일자리 협약식이 24일 전북 군산 명신공장(옛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열렸다. 2022년까지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게 협약의 요지다. 지엠 철수로 일자리 2800여개가 증발한 군산에 희망이 찾아올지 관심이 모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송하진 전북지사, 강임준 군산시장 등 정부 측 인사와 양대노총 군산시지부장, 전기차 완성차 기업과 부품 기업 대표 등 이해당사자 외에도 군산시민 600여명이 참석해 협약식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현대조선소 가동중단과 한국지엠 공장 폐쇄 때문에 지역에서도, 정부에서도 걱정이 많았다"며 "지역의 신산업 육성 의지, 노사민정의 대타협,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군산은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재도약 꿈꾸는 군산, 봄은 올까

군산형 일자리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광주형 일자리, 구미형 일자리 등 지역별 '○○형 일자리'의 일환이다. 기존에 있던 지역 인프라를 전기차 생산에 활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골자다.

협약에 따라 2022년까지 4122억이 투자돼 17만 7천여대의 전기차 완성차가 생산되고 이로 인해 1900여개 일자리가 새로 생길 전망이다.

이를 위해 옛 한국지엠 군산공장 부지(129만㎡)를 인수한 명신 계열사가 명신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에디슨모터스·대창모터스·코스텍·엠피에스가 새만금 컨소시엄을 구성해 군산 일대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했다. 클러스터에는 자동차부품 및 협력업체 800여개가 참여해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중단·한국지엠 공장 폐쇄로 큰 충격에 빠진 군산은 대기업 대신, 경쟁력 있는 중견·벤처기업과 손잡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참여 기업들은 우선 내년부터 9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전북 군산 명신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군산형 일자리, 업적도 숙제도 '진짜 상생'

이번 군산형 일자리는 양대 노총 군산시지부를 포함해 지역 노·사·민·정이 함께 만든 최초의 상생형 지역일자리다. 특히 전북도와 군산시는 투자기업을 설득하기 위해 투자보조금을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지역 맞춤형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투자기업 윤곽이 나온 뒤부터는 기업과 양대 지역노조,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일자리 거버넌스가 구성됐고, 각종 컨퍼런스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에서 반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다만 민주노총이 협약식 직전 노선을 달리 하면서 모든 주체가 참여했다는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그러나 이번 군산형 일자리 참여 업체 중 노조가 있는 기업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협약에 따른 지역공동교섭과 상생협의회의 역할을 기대해볼 여지가 현재로서는 남아있다. 상생협의회에는 참여기업 노사가 모두 참여한다. 여기서 적정임금과 적정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각 사업장별로 재교섭이 이뤄지는 구조다. 노사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 향후 5년간 상행협의회의 조정안을 양측이 수용토록 한 점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중견·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면서 수평적 계열화도 가능해졌다. 부품업체들은 특정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완성차 업체 모두에 자사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 하청기업의 노력으로 납품단가가 낮아질 경우 그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안도 담겼다.

정부와 지자체, 참여기업이 60억원 규모의 공동복지기금을 만들어 원·하청 간 복지 격차를 줄이기로 한 것도 타 지역 '○○형 일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생 요소다.

명신 군산공장. (사진=김민성 기자)
◇ 군산, 전기차로 체질 '대전환' 노린다

군산은 그동안 내연기관차 수출을 앞세워 '전북경제의 엔진'을 자처해왔다. 2017년 8월 기준으로 자동차산업이 전북 내 수출액의 24.6%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5월 한국지엠이 공장 문을 닫으면서 지난 8월 기준 이 비중은 15.8%로 급감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보면 군산경제의 심각성은 그만큼 두드러진다. 2016년 8월 군산시 수출액 중 자동차·조선사업 비중은 49.6%였지만 이는 3년 만에 10.3%까지 줄어들었다. 두 기업의 이탈로 인한 일자리 감소분은 총 1만 6931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군산시 인구의 1/4 수준인 6만 8천명이 생계 위기에 처한 셈이다.

때문에 군산형 일자리 도입은 경제 체질 전환을 위한 마중물로 여겨진다. 군산은 지역 산업의 중심을 내연기관 산업에서 미래 신산업인 전기차 산업으로 옮긴다는 계산이다.

㈜명신은 중국 퓨처모빌리티와 연 5만대 규모전기차 바이톤(Byton)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바이톤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한 라이센스를 확보했다. ㈜에디슨 모터스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완성차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창모터스와 ㈜엠피에스코리아 등도 군산에 집결해 새 판을 짠다.

기존에 있던 군산 소재 800여개 자동차 부품협력업체와 자동차융합기술원, 탄소융합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연구기관 등 전기차 기반시설이 이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현 군산 외항 외에 새만금 신항만, 새만금 공항 등 차후 들어설 물류 인프라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사실상 전기차 굴기에 성공한 중국과의 인접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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