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법무부는 24일 미성년 자녀가 있는 다자녀 가구, 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 시설 거주가 끝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주거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8800억 원을 들여 다자녀 가구 1만 1천 가구, 비주택 거주 가구 1만 3천 가구, 보호 종료 아동 6천 가구 등 주거상향이 시급한 핵심 대상 3만 가구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번 대책을 통해 공공매입‧전세임대주택에 '다자녀 유형'이 새로 만들어진다.
46~85㎡ 정도 크기로 아동의 수와 성장에 맞는 면적을 갖춘, 방 2개 이상의 주택을 지원하면서 호당 지원액도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월세 35만 원에 20㎡짜리 원룸에 딸 하나, 아들 둘과 함께 6식구가 살고 있는 A씨 부부의 경우, 새 제도에 따라 월 19만원짜리 '3룸'으로 이사해 세 아이를 적절한 주거 환경에서 키울 수 있게 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A씨 가족과 같은 '원룸 가족'의 대표적인 밀집지인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는 이번 달부터 노후 원룸을 매입‧리모델링해 적정 주택으로 개조해 공급하기 위한 시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쪽방과 노후 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지에 사는 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거동이 불편한 데다 보증금으로 쓸 목돈도 없어 월세 30만원짜리 '1평 쪽방'에 살고 있는 장애인 B씨의 경우, 주거복지센터에서 찾아와 보증금과 이사비를 모두 지원하며 월세 13만원 수준의 냉장고‧세탁기 등이 갖춰진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는 현재 연 2천호씩 이뤄지던 우선 지원을 4천~5천호 수준으로 늘리고, 지원 유형도 매입‧전세임대주택 위주에서 영구‧국민임대주택까지 다양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같은 비주택 가구에는 고령자・장애인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무장애 설계를 기반으로 옥상 텃밭 등이 있는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고, 집단 이주가 가능한 커뮤니티형 주택도 시범 공급될 예정이다.
청소년쉼터, 청소년자립생활관 등 보호 종료 아동 6천명에 대해서도 지원 규모가 기존의 연 1천호에서 2천호로 늘어나고, 종류도 전세임대에서 매입‧건설임대로까지 확장된다.
이들에게는 '금융'과 '돌봄' 등 추가적인 지원도 뒤따른다. 현재 연 1.3~2.95% 수준의 주택도시기금 전세‧구매 자금 대출 금리는 자녀 수와 소득 수준에 따라 연 1.1~2.85% 수준까지 낮춰진다.
2자녀 이상 가구는 구매 자금과 전세 자금의 대출 한도도 2천만원씩 높인다.
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은 이들에게 놀이‧문화 프로그램과 숙제 지도 등 돌봄‧정착 서비스를 주거 공간과 결합해 제공할 방침이다.
노후고시원 거주자에게는 5천만원 한도에 이율이 연 1.8%인 저리 보증금 대출 상품을 전용으로 신설해 일반주택 이주를 장려한다.
또.저소득 가구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주거급여 지원 대상을 현재 중위소득 44% 이하에서 내년에 45% 이하로 상향하고, 기준 임대료 역시 지역별로 7.5~14.3%까지 높인다.
특히 주거생계급여 수급자에 대해서는 '무보증금' 제도를 확대하고, 비수급자 역시 서민주택금융재단의 지원을 받아 결과적으로 자기 부담금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보호 종료 아동의 경우 학업과 취업에 전념하도록 냉장고와 책상 등이 빌트인 된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고, 부동산 계약 전 과정을 도와주는 주택물색 도우미의 지원을 추가한다.
또 전세임대주택 융자 우대금리를 신설해 만 20세의 경우 아예 무이자로, 보호 종료 5년 안에는 50% 수준으로 적용한다.
취약주거지 밀집지 인근에는 내년 1월까지 '이주지원 119센터' 10개소를 설치해 생필품 전달, 이사, 공공임대주택 신청 서류 작성 등을 현장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혼부부‧청년‧취약계층‧고령자 등에 대한 주거 지원 등을 통해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가 0.2%p 감소하는 등 점진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다자녀 가구와 비주택 거주자 등에 대해 더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 같은 관계부처 합동 종합 대책을 마련했으며, 정부는 앞으로도 방문 조사와 홍보 등을 통해 희망 수요를 새로 발굴해내는 등 현장 실사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주거복지로드맵과 신혼‧청년 대책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이제는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사각지대에 있던 아동의 주거권을 선포하고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 만큼, 힘을 모아 촘촘한 주거 안전망을 완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