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조세영 1차관은 이날 도쿄의 한국문화원에서 이 총리와 아베 총리와의 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조 차관은 "양 총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일·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 총리가 한일관계의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켜 나가기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국가간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고,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간의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이 총리는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며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또한 이 총리와 아베 총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간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이 총리는 레이와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희망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친서의 내용에 대해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취지가 담겼다"며 "이와 함께 양국간 현안에 대해서,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해 나가자는 취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담에서는 현안 가운데 자세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보다는 총론에 있어서의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각론 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 협의하는 것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서로 알았을 것이다"며 현재 한일간 문제가 되고 있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경제 보복 조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등에 관련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수준에서 논의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조심스럽게 전망이 나왔던 정상회담 개최 또한, 일단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정상회담에 대해 항상 열려 있지만, 갑자기 되진 못하고 어느 정도 실무적인 정부간의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며 "오늘 정상회담을 하자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예상된 시간을 넘겨) 21분간 진행됐고, 면담 대신 회담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상대방이 이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뤄짐작해볼 수 있지 않겠나"며 대화에 대해 다소간 진전된 분위기가 만들어졌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실제로 이번 만남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정식으로 '회담'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우리 정부 또한 기존에는 '면담'이라고 이를 표현했지만, '회담'이라는 공식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 관계자는 "큰 타개 방안이 마련됐다든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유용한 의미 있는 의견 교환과 대화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1시 10분쯤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악수한 뒤 약 21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10여분간 열릴 계획이었지만, 이보다는 조금 길어져 11시 12분부터 33분까지 21분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