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2'의 진정한 계승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노컷 리뷰] 외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외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잘 만든 액션 영화이자 멋진 여성 서사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제임스 카메론의 손길을 거친 '터미네이터'는 과거를 향해 깔끔하게 인사하며 현재와 연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향한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심판의 날 그 후, 새롭게 등장한 인류의 희망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려는 슈퍼 솔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와 대니를 제거하려는 최첨단 터미네이터 '레브(Rev)-9'(가브리엘 루나)이 벌이는 새로운 운명의 격돌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반가운 점은 '사라 코너' 린다 해밀턴과 'T-800'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재회한 작품이자, '터미네이터' 1, 2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자로 다시 '터미네이터'에 돌아왔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려 28년 만에 말이다.

그렇기에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터미네이터 2' 이후의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사라 코너를 어떻게 28년 만에 다시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끌어왔으며, T-800의 마무리는 어떻게 짓는지 보는 것은 이번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단지 '터미네이터'라는 영화가 갖는 추억을 소환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로 인해 인류는 사실상 멸망의 위기에 놓이고, 살아남은 인간들마저 기계에 지배당하거나 저항한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낸 게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다.

외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터미네이터'는 SF 블록버스터라는 장르 속에 담긴 인류와 미래에 대한 고찰을 '액션'이라는 장르적 쾌감까지 전달하며 그려냈다. 또한 1980년대 초반과 199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강인한 여성 전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남성 중심 세계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성을 '전사'로 그려내는 것은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의 영화 '터미네이터 1'(1984년), '터미네이터 2'(1991년)의 사라 코너, '에이리언 2'(1986년)의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바로 대표적 사례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2' 이후 방향성을 상실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변곡점과 같은 지점에 놓인 영화다. '터미네이터 2' 서사의 답습은 이전 시리즈를 지우고, 다시금 '터미네이터'를 이어가기 위한 '재정비'로 보인다. 마치 '터미네이터 2' 이후의 시리즈는 진짜 '터미네이터'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처럼 말이다.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자로 참여하며 '터미네이터 3' 이후 사라졌던 여성 서사는 더욱 강화됐다. 사라 코너뿐 아니라 그레이스, 대니라는 세 명의 여성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주축이 된다. 과거 인류의 미래가 존 코너에게 달렸듯이, 2019년에는 '대니'라는 인물에게서 인류의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대니는 홀로 싸우지 않는다. 그의 곁에는 사라 코너와 그레이스가 있고, 이들의 '연대'가 곧 인류의 희망이 된다.

재밌는 것은 인류의 운명을 쥔 것이 더 이상 '백인 남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스토피아의 미래로부터 인류를 구할 남성 영웅을 낳고 지켜내는 모성애를 간직한 전사가 아닌, 여성 그것도 백인이 아닌 여성이 그 자체로서 '영웅'으로 등장한다. 영웅 서사의 확장이자 여성 서사의 확장인 것이다. 대니가 자신의 운명을 인지하는 순간은 그래서 벅차게 다가온다.

외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한 가지 더 재밌는 지점은 두 터미네이터 '인간 학습'이다. 이미 T-800은 '터미네이터 2'에서 어린 존 코너를 통해 '인간성'이라는 것을 배우며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에서 T-800의 '인간성'은 한 발 더 나간 모습을 보인다. T-800이 학습한 인간성은 양심과 사랑 등 '선'의 영역에 속하는 감정이다.

이와 반대되는 영역에 속하는 인간성을 학습하는 게 바로 '레브-9'이다. 그는 효율적인 살인을 위해 인간의 웃음과 말투를 모방한다. 이 두 로봇은 인간의 내면에 혼재된 양극의 감정을 각기 꺼내어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계라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단면들을 전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SF라는 장르가 가진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무엇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데드풀'(2016년)의 팀 밀러가 감독을 맡으며 액션의 볼거리는 물론 진중한 상황 속 가미된 유머도 만날 수 있다. 초반부터 펼쳐지는 그레이스와 레브-9의 전투 장면과 자동차 추격신 등 스케일 큰 액션을 통해 'SF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선보인다. 그리고 사라 코너는 세월 속에서 더 단단해졌으며, T-800은 건재함을 볼 수 있다. '터미네이너: 다크 페이트'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10월 30일 개봉, 128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외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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