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게 이겨서 조상우를 기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접전 상황이 벌어져서 꼭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1~2명 타자 정도를 상대하게 할 생각을 하고 있다"
장정석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끝난 두산 베어스와의 2019 KBO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하루 전 1차전에서 총 2이닝동안 32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가 연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장정석 감독의 말처럼 키움의 최대 위기이자 이날 경기의 최대 승부처라고 볼 수 있었다.
조상우는 키움이 5대2로 앞선 2차전 6회말 1사 1,2루에서 선발 이승호를 구원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어지는 두산의 타선은 김재환과 오재일 등 왼손타자 라인업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좌우를 생각하지 않고 불펜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조상우 카드를 꺼냈다. 올해 포스트시즌 내내 반복된 조상우 활용법이다.
득점권 위기에서 만난 4번타자 김재환과의 승부는 맞대결 자체만으로 흥미로웠다.
조상우는 1차전에서 김재환에게 시속 155km가 넘는 포심패스트볼 3개를 던져 모두 헛스윙을 유도해내며 삼진 처리했다.
2차전 맞대결에서도 조상우는 힘으로 맞섰다. 시속 150km대 초중반의 빠른 공을 6개 연속 던졌다. 김재환은 헛스윙 2번으로 2스트라이크에 몰렸고 계속된 풀카운트에서 시속 152km 빠른 공에 또 한번 방망이를 헛돌렸다.
조상우는 한국시리즈 1차전과 2차전에서 김재환과 두 차례 맞대결을 벌여 9개의 직구로 완승을 거뒀다. 스트라이크 6개 모두 헛스윙에서 비롯됐다.
1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자 두산이 0대2로 뒤진 4회말 벼락같은 동점 투런홈런을 때리는 등 타격 감각이 절정에 올라있는 오재일을 상대로는 전혀 다른 레퍼토리로 맞섰다.
조상우는 시속 130km대 슬라이더 2개로 오재일의 허를 찔렀다. 초구는 한가운데로 던졌고 2구는 낮게 떨어뜨려 헛스윙을 이끌어내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이후 포심패스트볼 2개를 밖으로 뺀 조상우는 슬라이더 결정구로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올가을 조상우는 그야말로 철벽이다. 한국시리즈 2경기를 포함한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총 8⅓이닝을 소화해 단 1실점도 하지 않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역시 0.60으로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조상우의 역투는 키움이 9회말 5대6 끝내기 패배를 당하면서 빛을 잃었다.
키움이 조상우에게 경기 중반 승부처를 맡길 수 있는 이유는 마무리 오주원에 대한 믿음이 두텁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주원은 5대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허경민과 오재원에게 연속 안타를 맡고 동점 위기에 몰렸다. 한현희가 구원 등판했지만 김재호의 적시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오주원은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1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또 한명의 파이어볼러 안우진이 허리 통증으로 인해 2차전 등판이 불발되면서 키움의 불펜 계산에 차질이 빚어진 탓도 있다.
그렇다면 키움은 25일부터 시작되는 고척돔 3연전에서 조상우의 역할을 조정하게 될까.
이에 대해 장정석 감독은 "조상우를 마무리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그대로 갈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오면서 많은 경기를 해서 그런지 투수 중 몸이 무거운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주원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그동안 전력투구를 해왔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4일 쉬었지만 전체적인 피로도가 쌓여있을 것이다. 그래도 경험많은 투수이자 베테링이니까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