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3일 발표한 수사개혁 보고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 속 경찰이 수사를 주도적으로 할 역량을 갖췄느냐는 우려의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감시와 참여 확대 ▲수사관 개인보다는 집단지성 발휘 ▲수사 책임성·전문성 확보를 목표로 80개 과제가 담겼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전국 지방경찰청장 직속 기구로 경찰 사건 심사 시민위원회를 설치해 사건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사건이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건을 심사하도록 한다는 '수사배심제' 실시 계획이다.
수사과정과 결과 심사를 위원회에 맡겨 경찰의 사건 축소·무마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법률전문가와 수사 전문가, 시민단체와 학계 등 20~50명 규모로 꾸려질 전망이다.
특히 수사권 조정이 현실화 돼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쥘 경우 자의적인 남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경찰이 불송치 종결한 사건까지 해당 위원회의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으로 꼽힌다.
경찰은 "위원회에 재수사 등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외부통제 방안과는 별도로 경찰은 자체 종결하는 내사·미제사건, 불송치 사건에 대해 '3중 내부 심사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서 수사심사관, 지방경찰청 수사심의계, 감사부서에서 해당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해 유착·수사과오·부실수사 여부를 가려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 전문성 제고 방안으로는 본청 '수사연구관' 신설, 지방청 중심의 중요사건 직접수사 체계 확립 등이 포함됐다. 경찰청 본청에 대검 연구관처럼 사건을 분석하고 법률지원을 담당하는 '수사 연구관'을 두는 한편, 수사 베테랑들을 지방청에 집결시켜 중요사건 처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지방청에 배치된 수사요원이 전체의 18.7%에 불과하다며 이를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사건 관계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됐을 때 대상자를 무조건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을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피의자가 되면 '죄를 지은 사람'으로 비춰지게 되는 만큼, 일단 내사부터 진행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 신중하게 입건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80개 추진과제는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해 2020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개혁 방안을 마련한 배경과 관련해 "다수의 국민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권력분산을 위한 제도 개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부실수사 의혹 등이 누적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며 '버닝썬 사건' 관련 보도를 그 예시로 보고서에 적시했다.
그러면서 "작은 과오나 일탈이 경찰 수사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사건을 관리해야 한다"며 "본래적·1차적 수사를 책임져야 할 주체로서 대국민 신뢰 확보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