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키움은 두산과 한국시리즈(KS)에서도 엄청난 기세를 과시했다. 빅이닝을 허용해 꺾이는 듯했지만 무섭게 추격해 동점을 만들며 두산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마지막 2%가 부족했다. 그것은 경험이었다. 5년 연속 KS에 오른 두산이 풍부한 경험을 쌓았지만 5년 만에 KS에 오른 키움에게는 없는 부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KS 1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개 시리즈 1차전은 선수들이 긴장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5년째라 편안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 타격에 관한 얘기였지만 플레이 전체에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에 키움은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평균 연령(26.2세)의 패기로 맞섰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경기 전 "상대는 5년 연속 KS에 오른 만큼 대단하다"면서 "우리는 패기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과연 키움은 1회 김하성-박병호의 안타로 선취점을 내면서 기세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두산도 2회말 김재호의 밀어내기 볼넷과 박세혁의 적시타로 간단히 역전했다.
이후 두산은 키움 젊은 선수들의 실수에 편승해 4회 빅이닝을 이뤘다. 3루수 김웅빈이 박건우의 땅볼을 놓치는 실책에 베테랑 김재호가 2루에서 과감하게 홈까지 파고들었고, 좌익수 김규민은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 판단을 실수해 2타점 2루타를 헌납했다. 점수는 6 대 1로 벌어졌다.
하지만 키움의 패기는 꺾이지 않았다. 6회 제리 샌즈의 적시타, 박동원의 내야 안타, 김혜성의 희생타 등으로 3점을 추격했다. 7회도 김하성, 이정후 등이 밥상을 차리고 샌즈의 땅볼과 대타 송성문의 적시타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9회초 키움은 1사에서 이정후의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박병호가 이용찬의 초구에 뜬공으로 물러났고, 샌즈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 2루에서는 역시 송성문이 땅볼에 그쳤다. 4번의 KS 9경기에 등판한 이용찬의 노련한 투구가 돋보였다.
그리고 키움은 9회말 결정적인 실수들이 나왔다. 선두 박건우의 뜬공을 유격수 김하성이 뒷걸음질치며 잡으려다 놓치는 실책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후 정수빈의 희생번트는 좌완 오주원과 1루수 박병호가 수비를 잠시 미루다 안타가 됐다. 결국 1사 만루에 몰린 뒤 오재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물론 두산도 7회 동점의 빌미는 아쉬운 수비였다. 선두 김하성의 뜬공을 1루수 오재일과 포수 박세혁의 콜 미스로 놓쳤다.
하지만 그 외에는 탄탄한 수비를 펼쳤다. 4회 무사 만루에서 우익수 박건우는 김웅빈의 뜬공을 잡아 정확한 송구로 3루 주자 이정후의 발을 묶었다. 이어 김규민의 잘 맞은 타구는 2루수 최주환이 잡아 병살타로 만들었다. 두산은 5회도 수비 시프트로 박동원의 안타성 타구를 최주환이 캐치했다.
키움은 전신 넥센 시절이던 2014년 KS에서도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뼈아픈 실책으로 끝내기 패배를 안은 바 있다. 삼성과 KS 5차전 1 대 0으로 앞선 9회말 1사에서 평범한 땅볼을 놓쳤고,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최형우(현 KIA)에게 끝내기 2타점 역전 2루타를 맞았다. 2승2패 상황에서 이 경기는 결정적이었고, 키움은 6차전까지 내줘 준우승에 머물렀다.
수년 동안 축적된 경험이라는 큰 무기를 안은 두산. 무서운 패기의 뒷면에 치명적인 경험 부족을 안은 키움. 그러나 KS는 이제 1차전이 끝났다. 과연 어느 팀이 최후에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