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희찬(정읍시청 소속 씨름 선수)
요즘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조회 수가 무려 200만 회인데 이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이 ‘아니, 이 좋은 걸 할아버지들만 보고 계셨네?’ 이런 댓글을 남겼는데 이 댓글마저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영상인가 하면 바로 샅바를 맨 젊은 씨름 선수들이 모래판 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씨름 경기 영상이었어요. 사실 언젠가부터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아온 씨름이 최근 아이돌급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제 인터뷰. 아주 어렵게 모셨어요. 정읍시청 소속의 손희찬 선수. 씨름계 아이돌. 오늘 스튜디오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희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손희찬 선수. 그러니까 올해 나이가...
◆ 손희찬> 스물다섯 살입니다.
◇ 김현정> 스물다섯. 체급은?
◆ 손희찬> 태백급입니다.
◇ 김현정> 태백급. 정읍시청 소속. 특기는?
◆ 손희찬> 앞무릎치기랑 안다리가 주특기예요.
◇ 김현정> 일단은 딱 스튜디오로 들어오시는데 저는 씨름 선수 하면 막 강호동 선수 같은 모습, 이만기 선수 같은 모습만 상상하다가... 좀 너무 슬림하신 거 아니에요?
◆ 손희찬> 씨름이 다 체급이 있어가지고 제가 최고 낮은 태백급을 뛰고 있어서 체구가 이렇게 좀 작습니다.
◇ 김현정> 그렇구나. 태백급. 우리가 생각하는 막 커다랗고 산만한 덩치만이 씨름은 아닌 거예요.
◆ 손희찬> 체급이 4개로 나눠지는데 태백, 금강, 한라, 백두. 이렇게 산 이름으로 된 거거든요. 그래서 좀 이렇게 큰 사람이나 이런 사람들은 백두급이고 저 같은 경우에는 태백급입니다.
◇ 김현정> 아니,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 제가 알기로는 1년 전의 경기 영상으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가 처음에는 황찬섭, 김원진 선수의 1년 전 경기 영상이 화제가 되고 이어서 여러 선수들의 영상들. 또 우리 손 선수의 짤이라고 하죠. 이런 것들이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화제가 됐어요?
◆ 손희찬> 이게 유튜브로 김원진 선수랑 황찬섭 선수가 경기하는 걸 추천 영상으로 많이 갑자기 뜨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경기를 핸드폰으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뜨다가 더 사람들한테 좀 주목을 받고 이목을 좀 더 끌었는데 그다음에 시기적절하게 추석장사대회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한 영상이 우연히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찾아보기도 했을 테고 추석장사씨름대회가 마침 열리면서 인기가, 이른바 시너지 효과를 낸 거군요.
◆ 손희찬> 네, 맞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밑으로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그것도 재미있어요. 읽어보셨어요, 혹시?
◆ 손희찬> 저도 동영상을 보다가 몇 개 읽어봤는데 재미있는 댓글들도 많더라고요.
◇ 김현정> 기억나는 거 있어요?
◆ 손희찬> 기억나는 건 ‘씨름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구나. 내가 이렇게 지금까지 한국인인데 씨름 안 보고 뭐 했나. 그러니까 조상님들이 씨름 보는 이유를 알았다.’ 이런 댓글이 제일 재미있더라고요.
◇ 김현정> 저는 외국인 댓글도 봤어요. 영어로 누가 댓글 달았는데 ‘유튜브가 이걸 왜 추천해 줬는지 모르겠지만 불만 없어요’
◆ 손희찬> 맞아요.
◇ 김현정> 재미있어요, 그런 댓글까지. 지금 여러분, 씨름 선수입니다, 씨름 선수. 우리 손희찬 선수를 화면으로 보고 계시는데 이 인기를 실감합니까?
◆ 손희찬> 원래는 씨름에 관심 자체가 없었었어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운동을 했었었는데 씨름에 관심 자체가 없었는데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전국체전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도 많이 와주시고 또 팬이라고 해가지고 저한테 조그마한 선물도 주시고 꽃다발도 주고 이렇게 하는 거 보면 인기도 좀 실감하고 정말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 김현정> 씨름장에서 꽃다발 선물 받아 본 거.
◆ 손희찬> 처음이죠, 저는.
◇ 김현정> 처음이에요? 씨름을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다면서요. 지금 스물다섯 살인데 인생의 첫 팬으로부터 꽃다발 받고 나서 기분이 어떠셨어요?
◆ 손희찬> 저는 정말 감사했고요. 어안이 벙벙하다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거 나한테 왜 주지?’ 이런 느낌이었는데. 저는 처음 받아보는 거니까요. 그래가지고 저는 그때 인기를 조금 실감하지 않았나.
◆ 손희찬> 네. 거의 가족분들이나 지인 정도만 있어가지고 전국대회를 한다 해도 2층 좌석은 다 비고 1층만 가족이나 지인 이렇게 학부형들만 해가지고 하는 그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제 홍보도 많이 해가지고 좀 더 가득하게 차더라고요, 그때보다는.
◇ 김현정> 그렇게 여러 명이 와서 박수 쳐주면, 꽉 차 있으면 선수들이 없던 힘도 나죠?
◆ 손희찬> 네. 저는 이렇게 많아본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 가서 한번 경기해 보니까 정말 씨름장 딱 들어갔을 때 힘도 나고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쳐야 되겠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우리 손희찬 선수. 조금 떨려요, 손 선수?
◆ 손희찬> 네. 처음이어가지고 긴장이 좀 많이 되네요.
◇ 김현정> 방송 출연 처음이어서?
◆ 손희찬> 이런 라디오 방송이 처음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씨름할 때보다 더 떨리죠?
◆ 손희찬> 네. 색다르네요. 떨림이 좀 다르네요.
◇ 김현정> 이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도 참 순수함이 느껴지는 손희찬 선수인데요. 그런데 물론 씨름이 좋아서 선택했을 거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가끔 축구 월드컵 같은 거 할 때 사람들에 전 국민이 열광하고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모습 이런 거 보면 좀 부럽고 섭섭하고 이럴 때는 없었어요?
◆ 손희찬> 아무래도 관중이 없고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운동 열심히 하는데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관중도 없고 그리고 어른들이 ‘너 무슨 운동하냐?’고 했을 때 ‘씨름합니다’라고 저는 씨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이나 이런 종목들도 많은데 왜 하필 씨름했냐. 씨름 거의 망한 운동 아니냐?’라고.
◇ 김현정> ‘망한 운동 하냐?’
◆ 손희찬> 그렇게 얘기를 했을 때는 선수로서 조금 더 서운하고 그런 경우도 많았죠.
◇ 김현정> 그러네요. 씨름은 올림픽 종목이 아니니까 우리 전통 운동이니까. 올림픽도 못 나가는 씨름을 왜 했니? 이런 얘기를 하는 분이 계셨어요?
◆ 손희찬> 네.
◇ 김현정> 그럴 때는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손희찬> 그렇죠. 저는 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 스포츠고 이런 거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좀 섭섭하고 서운하고 이런 점이 되게 많았죠.
◇ 김현정> 중간에 한 번 나도 좀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스포츠로 옮겨볼까? 이런 생각은 안 하셨어요?
◆ 손희찬>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일단 씨름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고 재미있었고. 하다 보니까 이제 더 재미가 붙더라고요. 그래가지고 이 길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른 거 운동할 생각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매력이 뭐예요? 씨름의 매력. 이래서 못 놓는다.
◆ 손희찬> 씨름의 매력은 일단 모든 씨름 선수가 그렇겠지만 넘어뜨리는 게 정말 재미있거든요.
◇ 김현정> 아, 넘어뜨리는 게.
◆ 손희찬> 넘어뜨리거나 더 잘 하는 상대방 사람이나 이런 사람들. 체구가 작은 사람도 큰 사람을 넘길 수 있어요.
◇ 김현정> 체구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기술로 넘어뜨릴 수가 있는 거다.
◆ 손희찬> 네. 저 같은 경우에는 좀 작은 편이니까 큰 사람을 넘겼을 때나 이럴 때 더 매력을 느끼고 짜릿함도 느끼고 이런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큰 사람이, 나보다 확 큰 어떤 사람이 내 기술에 의해서 확 넘어갈 때 그 순간은 어떤 기분이에요?
◆ 손희찬> 일단 기술이 잘 걸린 거니까 잘 걸려서 넘어갔을 때는 저는 그 기술이 성공한 거니까 되게 기분이 좋죠.
◇ 김현정> 손희찬 선수, 지금 청취자들의 반응도 대단한데. 일단 화면이 너무 훈훈하다, 이런 말을 해주세요. 아니, 그런데 사실은 씨름 선수가 이렇게 외모를 가지고 칭찬을 받아보는 건 낯설 텐데요. 요새 아이돌 씨름 선수라고 불리는 선수들 만나면 무슨 얘기해요? 좀 얼떨떨할 것 같아요.
◆ 손희찬> 저희가 외모 관리는 따로 하지 않아가지고 이제 막상 만나면.
◆ 손희찬> 따로 저는 하지 않습니다. 따로 저는 안 하고.
◇ 김현정> 로션도 안 발라요?
◆ 손희찬> 로션 정도는 바르고 다른 건 안 하는데 선수들끼리 있을 때는 ‘얼굴이 안 되면 웨이트라도 해가지고 몸이라도 길러라.’ 저희들끼리 농담으로 그렇게 해요.
◇ 김현정> 인기를 유지하려면, 씨름 인기를?
◆ 손희찬> 얼굴이 안 되면 몸이라도 웨이트 근력 운동을 해서 몸이라도 좋게 해라. 이런 얘기를 재미있게 하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그런 얘기 하면서 이 갑작스러운 인기를 만끽하고 있네요, 우리 씨름 선수들. 이게 계속 이어져야 될 텐데 말이죠.
◆ 손희찬> 진짜 선수들이 제일 중요하게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직관’이라고 하죠, 직접 관람. 직접 관람을 했을 때 다른 스포츠도 그렇겠습니다마는 ‘특히 씨름은 흥미가 배가된다. 재미가 배가된다.’ 이건 무슨 얘기예요?
◆ 손희찬> 일단은 씨름을 해서 이기면 세리머니 같은 걸 해요. 모래를 던진다든가 포효를 한다든가 이렇게 하는 게 있는데.
◇ 김현정> 손 선수는 어떤 세리머니를 해요?
◆ 손희찬> 저도 그렇게 합니다. 저는 따로 신경을 쓰지 않고 하기는 하는데.
◇ 김현정> 어떻게요? 지금 한번 해 보세요.
◆ 손희찬> 소리를 많이 지르는 편이에요. 몸에서 나오는 그대로.
◇ 김현정> 한번 제스처만.
◆ 손희찬> 그냥 이렇게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 김현정> 두 주먹 불끈 쥐고.
◆ 손희찬> 네, 두 주먹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는데 이게 가까이에서 직관을 하면 선수들 바로 앞에서 경기를 볼 수 있고 모래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던지는 모래를.
◇ 김현정> 그 모래에 맞기도 해요?
◆ 손희찬> 네, 거의 그 정도로 가깝고 선수들의 호흡하는 거나 이런 거나 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앞에서 볼 수 있어서 좀 좋은 것 같아요, 씨름은.
◇ 김현정> 같이 호흡할 수가 있군요.
◆ 손희찬> 네, 맞아요.
◇ 김현정> 그러면 이렇게 조용히 두 선수들이 샅바 잡고 있을 때 조용히 하면 숨소리도 들려요?
◆ 손희찬> 맞아요. 그 정도로 가까이 있고 선수들이 쉬는 데가 관중들이 쉬는 데가 똑같아요. 그래서 선수들이 쉴 때 관중이랑도 소통하기도 하고.
◇ 김현정> 어떻게 쉬는 데가 같아요? 라커룸이 따로 있는 거 아니에요?
◆ 손희찬> 아니요, 그런 게 없습니다. 씨름은 씨름장 하나 주위에서 선수들이 다 쉬기 때문에.
◇ 김현정> 경기할 때 아닐 때도요?
◆ 손희찬> 네. 경기할 때 아닐 때도 이렇게 앞에서 쉬고 있어가지고. 경기를 대기할 때도 서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런 매력. 그런데 지금 손희찬 선수. 제가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괜찮으시면 살짝 오른쪽 귀를 좀 카메라 쪽으로. 오른쪽 귀를 조금 보여주실 수 있어요? 공개하셔도 괜찮아요?
◆ 손희찬> 네, 괜찮습니다.
◇ 김현정> 이게 그러니까 귀 모양이 영광의 상처인 거죠?
◆ 손희찬> 원래는 이렇게 안 돼 있었는데 왼쪽은 정상인데 이게 고등학교 때부터 귀가 이렇게 부었었어요. 넘어지고 계속 쓸리면서 귀가 계속 부어서 피도 빼고, 주사기로 피도 빼고 하면서 굳힌 거거든요.
◇ 김현정> 굳혀요, 일부러?
◆ 손희찬> 네. 그래서 이게 원래 딱딱하게 돼야 되는 건데 그래가지고 소위 만두귀라고 하죠.
◇ 김현정> 만두귀?
◆ 손희찬> 만두처럼 돼가지고.
◇ 김현정> 만두처럼 부풀어올랐다?
◆ 손희찬> 맞아요. 그래서 부모님이 어머니가 좀 속상해하시죠.
◇ 김현정> 보면서 마음 아파하시겠네요.
◆ 손희찬> 예쁜 귀로 낳아줬는데.
◇ 김현정> 제가 보기에는 그 귀가 그야말로 영광의 상처고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보물인데요. 보물 귀인데요.
◆ 손희찬>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 안 하시고.
◇ 김현정> 그래요. 지금 문제가 굉장히 많이 들어옵니다. 서동원 님은 ‘혹시 씨름 선수들은 씨름 말고 다른 운동은 뭘 합니까?’ 이런 질문 주시네요.
◆ 손희찬> 저희 씨름은 일단 근력이 바탕이 돼야 되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되게 많이 해요. 근력이 위주가 되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주부 같은 거, 고무줄 같은 거 당기는 것도 많이 하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배에다가 차고 쭉쭉 당기는 거.
◆ 손희찬> 그렇게 고무줄 당기는 거.
◇ 김현정> 그렇군요. 씨름이 혹시 세계적인 스포츠로 이렇게 발돋움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이런 질문 들어오네요. 레슬링이나 유도처럼.
◆ 손희찬> 그렇게 발전했으면 좋겠는데 아마 그것도 협회 쪽에서 조금 더 활성화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을 거고 그러네요. 오늘 손희찬 선수, 요즘 사실 갑작스럽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씨름. 젊은 선수들이 주도하는 겁니다. 오늘 대표로 이 자리에 나왔는데 끝으로 우리 청취자들께, 뉴스쇼 청취자들께 씨름 사랑해 주세요. 한마디 홍보하고 가세요.
◆ 손희찬> 씨름은 정말 직관해서 보면 재미있고 그리고 많은 관심 주셔서 감사하지만 끝까지 좋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선수도 그렇게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테니까 조금 더 많이 지켜봐주시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잠깐만 관심 호로록 가지고 식으시면 안 돼요. 그 말이죠? 손 선수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주시고요. 저도 꼭 찾아서 볼게요.
◆ 손희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손희찬> 감사합니다.
◇ 김현정> 씨름계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손희찬 선수. 정읍시청 손 선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