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일단은 보수 통합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에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인적 쇄신' 방안에 특히 이목이 쏠린다.
쇄신의 뚜렷한 방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당내 신(新)정치혁신특위에서 신인에게 가점을 주는 공천룰 혁신안을 보고했지만 지도부 차원의 실질적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물갈이' 프레임을 솔솔 띄우는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최근 이철희 최고위원이 불출마 선언의 군불을 땠고 현역 의원 평가 뒤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한국당에서도 수면 아래에서 오가던 '현역 절반 교체'나 '4선 용퇴론' 등 이런저런 방안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한 3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저를 포함해 인적 청산, 물갈이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4선 이상은 출마를 재검토해야 한다거나 중진은 험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출마 여부 자체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험지로 출마하도록 권하는 방안도 힘을 받는다. 신인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여권 텃밭 혹은 수도권에 전국적 유명세가 있거나 대선 후보급인 주자들이 나올 경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4선 이상이나 70세 이상이 알아서 용퇴하시면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어려운 곳에 가시도록 해야 한다"며 "그럼 그게 희생으로 보이고, 작은 감동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본인도 명분을 쌓을 수 있고, 죽더라도 다시 살아나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드릴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 정권을 이끌다 탄핵을 자초한 인사 가운데서 책임 있는 조처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최고위원은 "정권 쇠락 과정에서 역할을 하셨던 분 중에는 이미 불출마하겠다고 소문이 무성했던 분도 있다"며 "당의 원로로서 큰 역할까지 다 하셨던 분들이 후세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도부로서도 '선당후사'라는 등의 명분만 갖고 사람을 단칼에 자르긴 쉽지 않다.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는 당사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수밖에 없고, 일부라도 우리공화당으로 이탈하거나 무소속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뚝 떨어질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도층 표심이 당락의 핵심변수인 수도권과 '공천이 곧 당선'인 TK(대구·경북) 사이 간극이 크고 탄핵을 둘러싼 이견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시한폭탄이' 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관료 출신 황교안 대표 스타일이나 측근들의 성향, 30%대 안팎에서 어정쩡하게 오르내리는 당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인적 청산이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황 대표 역시 공개 석상에서 "이기는 공천을 하기 위해 공정한 공천을 하겠다"는 모범답안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니 인적 청산 당사자가 직접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거나 보수통합 움직임이 구체화할 때까지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온다. '공천룰'이 빨리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바꾸기 어렵고, 특히 중도층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어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는 "30% 지지율로 무슨 선거를 치르냐"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당이 계속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이대로 간다면 고만고만하던 지지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면서 "주변에서 제대로 된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당은 전국 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당무감사를 이달 말까지 마칠 예정이다. 당무감사와 의정활동 평가 결과는 총선 공천 과정에 기초자료로 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