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의 진화…집단폭행 동영상 찍어 SNS에 올린다

폭행장면 동영상 찍어 공유·유포
매년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 폭력
"영상이 뜨는 순간 피해자 낙인"

지난 6월쯤 대전, 중학교 또래 친구들에게 맞은 A군의 몸에 생긴 멍 자국. (사진 = 피해학생 아버지 제공, 연합뉴스)
그날의 학교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폭행을 당한 학생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기면서 SNS 세상과 만나 또 다시 비수가 된다. 사이버 공간 속 집단폭행 동영상은 피해자들에겐 또다른 공격의 대상이 된다.

지난 10일 전북 익산시 모현동의 한 교회 인근에서 A(17)양 등 2명은 중학생 B(16)양을 불러 무릎 꿇리고 40여 차례 뺨을 때렸다.

이들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겠다"며 영상을 찍은 한편 이를 주변 친구들과 공유하고 SNS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전에서는 중학생 C(15)군 등 12명이 또래 친구 한 명을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해 SNS에 공유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또, 광주의 한 고등학교 1학년 D(16)양 등 4명은 지난 7월 1일 또래 학생을 폭행한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익산시 모현동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사건의 영상과 가해자들이 보낸 협박 문자. (자료사진)
'SNS 폭력이 위험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먹과 발로 신체를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수준의 폭행이 이제는 SNS공간으로 옮아간 것이다.

실제 관련 통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교육위원회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6~2018 학교폭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사이버 폭력 비중은 2016년 8.6%에서 2017년 9.4%, 2018년 9.7%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이버까지 번지는 폭력이 피해자에게 낙인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학교 폭력이 사이버 폭력과 연관되는 방식이 새로운 유행으로 보인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영향력을 SNS상에 계속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 번 영상이 올려지면 피해자로 공고히 취급된다"며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을 말했다.

박경미 의원은 "교육 당국이 학생들에게 사이버 폭력도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교육하고, 피해자가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클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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