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다.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상대가 있는 일이고, 국제사회와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속도를 낼 수 없지만,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며 "우리는 역사발전을 믿으면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대화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톨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지만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이번 기회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마지막 고삐를 당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며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또 "북한의 밝은 미래도 그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는 듯했지만, 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노딜' 이후 북미관계와 연동된 남북관계가 움츠러드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밝은 미래를 제시하며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한의 통큰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라며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방비를 내년 예산에 50조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며 "차세대 국산 잠수함, 정찰위성 등 핵심 방어체계를 보강하는 한편, 병사 월급을 병장 기준으로 41만 원에서 54만 원으로 33% 인상해 국방의무를 보상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2020년도 국방예산안을 올해 대비 7.4% 증가한 50조1527억원으로 편성해 제출했다.
내년도 국방예산안 가운데 군의 전력증강에 초점이 맞춰진 방위력 개선비는 전년 대비 8.6% 증가한 16조6915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방위비 개선비를 포함한 국방비 예산 50조원을 언급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국정운영 방향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안보불감증으로 공격받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