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 등으로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높은 인지도를 지닌 그가,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일각의 근거 없는 비난을 감내하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데는 '위로'와 '상식'이 큰 몫을 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그 위로가 무엇인지 잘 정리가 안 됐다"며 말을 이었다.
"배우로서, 아들로서… 제 역할이 있잖아요. 사람들로부터 '너만 왜 그러냐?'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상처받아 온 것들이 있죠.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상처가 쌓이다 보면 극중 지영이처럼 아픔을 겪을 테니까요."
공유는 "시나리오를 다 읽고 덮자마자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전화를 자주 안 하니까 어머니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슨 일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영화 시나리오를 봤는데 울었지 뭐야… 나 어떻게 키웠어?'라고 되물었죠. 어머니에게 '82년생 김지영' 줄거리를 이야기했더니,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하신 것 같았어요. 어머니가 '잘 컸구나'라고 하시더군요."
그는 "어머니의 삶도 궁금했다"며 "마흔한 살이 돼 그것을 처음 알았다는 사실이 창피했다"고 부연했다.
"자기네들이 살고 배웠던 시대의 당연했던 정서를 그대로 대물림하지 않고 자식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 준 게 감사했어요. 그러한 감정들이 이 영화를 본능적으로 선택하도록 이끈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지영이라는 사람을 따라가다 보니 주변이 보이고 이 사회가 보이기 시작하고, 그렇게 되게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공유는 자신이 연기한 정대현 캐릭터를 두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해 몰랐던 부분도 많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를 갖춘 인물"이라며 "모든 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저 역시 이 영화를 하면서 대연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서 쉽게 전달하는 게 나의 역할"
"뉴스를 통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는 사람들을 향한 일각의 비난이 폭주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각자 살아 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 판단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건 아닐까요. 저라는 사람이 지닌 상식 안에서 일방적인 비난은 결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사실 공유는 전작 '밀정'과 '부산행(이상 2016), '도가니'(2011) 등 시대 모순을 꼬집는 작품을 꾸준히 선택해 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저를 너무 크게 봐 주시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저는 사회적 의제를 들고 일어날 만큼 대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 직업이 배우잖아요.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서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것이 한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을 했다' '용기를 냈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며 "진짜 용기 있는 행동을 한 분들 앞에서 창피하다"고 했다.
"저 역시 여전히 부족하고 편협할 수 있어요. 다만 한 사람으로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많이 생각해 온 부분인데,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하면서 더 많이 생각하고 정리하기 위해 애쓴 것 같아요. 제가 그리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웃음) 냉소적인 면이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희망은 가지려고 합니다. 그걸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다름을 인정하려는 용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