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받고 고용된 병사다. 이런 의미에서 현대 프로스포츠에서 용병은 계약에 의해 각 팀에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를 의미한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만 최근까지도 프로 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를 주로 용병이라고 불렀다.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은 단순히 계약에 의해 합류한 선수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앞장서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할 뿐 아니라 간판 선수의 역할도 주어진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에서는 그 역할을 이재영이 맡고 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다. 이재영 본인이 스스로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졌다.
이재영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양 팀 최다 33득점하며 흥국생명의 짜릿한 3-1 승리를 이끌었다.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루시아도 14득점하며 힘을 보탰지만 흥국생명이 만원 관중 앞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재영의 존재다.
경기 후 만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재영이가 정말 잘했다. 대표팀에 다녀와서 피로 회복도 안돼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워낙 경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활짝 웃었다.
박미희 감독은 기존 용병인 파스구치를 대신하는 루시아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합류한 탓에 주전 세터 조송화와 호흡이 완벽하지 않아 훈련할 때도 이재영이 많은 공을 때리고 있다고 소개하며 “연습 할 때도 공을 많이 때리다 보니 재영이가 용병 역할을 자처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재영에게 한 시즌을 모두 맡길 수는 없었다. “루시아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시즌은 길다. (루시아의) 체력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한비와 훈련할 때도 바꿔가며 활용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