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조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뒤 처음 맞는 주말인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당초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을 3만명 수준으로 신고했으나 10만명이 모였다고 자체 추산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추산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당 지도부는 여당이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는 공수처 설치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반문(反文)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집회 현장에서는 '공수처법 반대'라고 적힌 검은색 어깨띠가 배포됐다. 인쇄된 손팻말에는 '파탄안보 즉각시정' '폭망경제 살려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직전 주말까지 광장에 가득했던 '조국 퇴진', '정경심(조 전 장관 배우자) 구속' 등의 손팻말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거의 모습을 감췄다. 다만 일부 시민은 "나도 뇌종양·뇌경색이다"라고 직접 글씨를 쓴 스케치북을 들고 나와 최근 정경심 교수의 병환 관련 수사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자기편의 죄는 덮고 남의 편은 없는 죄를 만드는 '공포청'"이라며 "법원과 검찰, 경찰을 대통령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진짜 검찰 개혁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 2년을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황교안 대표는 내년 총선을 언급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황 대표는 "지금 자유한국당은 110석밖에 없다. 국회 3분의1 인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결국 조국을 쫓아냈다"며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적극 호응했다. 독일에 거주하다 최근 귀국했다는 강찬구(76)씨는 "공수처를 하더라도 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선출된 21대 국회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며 "옥상옥 수사처가 왜 필요한지 아직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무중계·무관중으로 진행된 남북 축구경기를 고리 삼아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엊그제 축구경기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며 "우리는 그 필름을 보고 상황이 어떤지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도 2030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 경기) 보고싶다. 중계하라"고 구호를 외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태극기와 손팻말을 흔들며 크게 환호했다.
7살 손자와 함께 집회에 나온 여정숙(64)씨는 "우리 선수들이 위험한 경기에서 안전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문재인 지지자들이 인터넷에서 손 선수의 발언을 두고 비판하는 것에 분노했다"며 "정부가 제대로 진상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행사를 마친 후에는 지난 3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보수단체 회원들을 지지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