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지역별로 지금껏 농가초소 운영비로만 25~35억원이 들어가는 등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방역활동비로 특별교부금이 일부 지원됐지만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농가초소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인력 부족으로 모든 농가초소에 공무원이 대거 투입되면서 '행정 공백'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
지난 18일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협의회장 안병용 의정부시장) 제6차 정기회의에서는 ASF 농가초소 설치·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항진 여주시장이다. 이 시장은 "ASF 발생으로 정부가 농가 마다 초소를 세우라고 했는데 이는 매뉴얼에도 없는 것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초소는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ASF가 처음 발생하면서 확산 차단을 위해 양돈농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이 시장은 "양돈농가는 산속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에 차량이 1대도 드나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24시간 감시하며 수동식 분무기로 차량 바퀴에 소독약을 뿌리는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규모가 있는 농가는 자체 방역기가 설치돼 있어 방역에는 문제가 없다"며 "효과 없는 농가초소 운영을 지자체 자율에 맡기던지 자금을 지원하던지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최근 야생조류 분변에서 조류독감 항원까지 검출되고 있다"며 "조류독감이 농가로 확산되면 현재로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다.
엄태준 이천시장 역시 농가초소 운영을 각 시·군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엄 시장은 "한 달간 이천에서 농가초소를 운영하면서 30억원이 들어갔는데도 농가에서는 효과를 믿지 못하고 심지어 오지 말라고 하고 있다"며 "언제 종식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농가초소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엄 시장은 24시간 운영되는 농가초소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도 문제지만 인력 부족으로 공무원이 대거 투입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가초소를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은 한계가 있다"며 "때문에 방역근무에 대거 투입되는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ASF 사태로 인해 공무원이 집중 투입되면서 '행정 마비'라는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철모 화성시장 "화성시는 62개 농가초소를 운영하면서 25억원이 들어갔는데 더 큰 문제는 행정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방역근무로 하루 평균 전체 공무원의 20%가 쉬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그런데도 경기도는 행정 공백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며 "ASF 사태가 국가적 재난인 만큼 지자체만이 아닌 정부와 경기도에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해 줘야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서 운영되는 농가초소는 남부 584곳, 북부 331곳 등 총 915곳이다. 24시간 운영되는 농가초소에 투입되는 인력만 하루 4,828명에 달한다.
이에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ASF 관련 농장초소 변경운영', 'ASF 방역 추진에 따른 국·도비 지원', 'ASF 발생 지역 및 농가 지원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안병용 협의회장은 "ASF 발병은 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닌 경기도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자칫 한반도의 돼지가 전멸할 수도 있는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와 경기도, 도내 31개 시·군이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