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 이슈와 동떨어진 상임위원회에서조차 공방이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고, 정작 국감의 본 목적인 정책감사는 결국 실종돼 버렸다.
국감 기간 도중 조 전 장관의 사퇴로 표면적으로는 야당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민생이 실종된 탓에 사실상 아무도 얻은 것 없는 '맹탕'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감은 지난 2일 시작해 오는 21일로 대부분의 국감일정이 끝난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일부 피감기관 사정으로 일정 전체를 미룬 곳을 제외하면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사실상 매듭을 짓게된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는 조 전 법무부장관으로 시작됐고, 끝났다. 이 과정에서 여야 신경전은 극에 달했고, 욕설 논란까지 불거지는 구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여야 전선은 조 전 장관 가족이 받는 사모펀드 불법투자.자녀의 허위인턴 등이 관련된 상임위에 집중됐다.
지난 8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조 전 장관 관련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한국당은 검찰이 구속 기소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한 공소장을 내세워 조 전 장관 일가가 권력형 금융범죄에 연루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동생 명의로 빌려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같은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한국당 이종구 위원장이 참고인을 향해 혼잣말로 "지X, 또XX 같은 XX들"이라고 욕설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이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이마트에 대한 검찰 수사의 미진함에 불만을 표시하며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에서도 조 전 장관 자녀 의혹을 두고 충돌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의혹 등에 대해 야당은 "허위로 무단 발급된 것"이라고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특히 절정은 법무부와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였다. 급기야 법사위에서도 욕설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7일 법사위 국감에서 한국당 여상규 위원장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함부로 손댈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수사 외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여 위원장은 "웃기고 앉았네 정말. X신 같은 게"라고 욕설해 논란을 불렀다.
법무부 국감을 앞두고는 깜짝 사건이 벌이졌다. 조 전 장관이 직접 참석해 국감의 절정으로 여겨졌던 15일 법무부 국정감사전날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로도 '조국 대전'은 끝날 줄 몰랐다. 법무부 국감에서도 조 전 장관은 다시 소환됐고, 사퇴를 두고도 야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다가 위증죄가 두려웠는지 (국감을) 하루 앞두고 35일 만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이 윤 총장을 향해 검찰 개혁과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 따져물으며 공세를 폈고, 야당은 오히려 윤 총장을 엄호하는 웃지못할 '공수전환'이었다.
같은날 이 자리에서는 여당 의원 스스로 반성을 하는 의외의 모습도 연출됐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정성호 의원은 "자기 이익에 맞고 정파에 부합하면 '검찰이 잘했다'고 찬양·칭찬하고, 내 입맛에 안 맞거나 우리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사법절차가 이뤄지면 비난·비방하고 외압을 행사하는 행태를 보면서 '이게 정상적인가'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 행태야말로 사법농단이고 검찰을 정치권에 종속시켜 정치적 외압을 행사하려는 나쁜 저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자당을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지난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국(전 법무장관)은 갔다.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면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썼다.
조 전 장관 수호에 매몰됐던 자당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당 의원의 반성까지 터져나올 만큼 이번 국감은 야당의 승리로 보여진다. 국감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서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여당은 조 전 장관을 지키면서 국감 일정 내내 방어전에 매몰되면서 국정 전체의 난맥상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입장에서 보면 승자 없는 국감이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취지의 국감이지만, 정책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을 두고 정쟁만 난무했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을 두고 어느 정도의 정쟁은 불가피하지만,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국정감사는 국가의 정책과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가 주를 이뤄야 한다. 지난해 유치원 3법 등 정책 성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정쟁밖에 안남은 측면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정감사에서의 정책 성과를 공천에 반영하는 등 정책 중심 감사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