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범죄미화 논란보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건.."

<조커> 400만 관객 돌파, 범죄미화 논란도
사실적인 배경에 인종, 계급 불평등문제 다뤄
<기생충> 미국 흥행, 불평등은 동시대적 코드
불평등이 폭력으로 이어질까, 두려운 감정 생겨
미국에선 1940년대부터 모방범죄 우려 존재
문제는 영화가 아니라 총기 허용되는 미국사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9:05~19:50)
■ 방송일 :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시간입니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두 분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반갑습니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 정관용> 영화 조커 보셨죠?

◆ 강유정> 네, 봤습니다.

◇ 정관용> 누가 그렇게 썼더라고요. 갈비뼈로도 연기하는 배우.

◆ 강유정> 엄밀히 말하면 등뼈죠, 등뼈.

◆ 이택광> 등뼈하고 갈비뼈 장면은 에곤쉴레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걸 패러디한 겁니다. 그걸 오마주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 강유정> 에곤쉴레가 화가인데 그게 되는 게 놀라운 거죠. 저는 보고 나서 신체적인 혹시 기형이 있는 건지 아니면 저게 연기로 가능한 건지 제가 전문의한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형외과 의사 말로는 신체적인 특별한 기형이라기보다 어쨌든 우리가 척추측만증 정도 되는 습관에 의해서 좀 변형된 것은 맞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할 정도로 굉장히 눈에 띄는 그런 의견을 보여주셨어요.

◆ 이택광> 살을 확 뺐다고 하잖아요.

◆ 강유정> 23kg.

◆ 이택광> 우리 정 선생님도 빼면 그 정도 됩니다. (웃음) 그 정도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 정관용> 오늘 이제 논의의 핵심은 등뼈, 갈비뼈가 아니고 이 영화가 저 정도면 범죄자가 되는 게 당연해. 저 범죄는 있을 법해. 심지어는 시위대의 영웅처럼 추앙되고 있어. 이런 영화 아니냐. 이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심각하게.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미국 내에서도 지금 논란이 있고요. 우리는 사실 크게, 개봉한 40만이 넘었지만 사실 큰 문제가 없으니까 상관이 없는데 미국이 이제 걱정을 하고 있죠. 왜냐하면 유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할 때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 극장에서는 조커를 개봉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을 하고 있을 정도고.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로 브롱스 지방이 나오고요. 그 지역을 너무나 이렇게 잘 찍었기 때문에 그때를 재연해서 마치 1980년대 뉴욕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연상시키면서 볼 수밖에 없도록 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보시면 거기 계단에서 춤추는 장면 이런 것도. 그것도 굉장히 유명한 계단이고 또 지하철 거기 실제로 그런 총기 난사 사건이 났어요, 거기가. 그런 부분들도. 그런데 감독이 그걸 비틀어놨죠. 원래는 흑인 소년들을 백인이 사살한 사건이었는데 그걸 뒤집어서 금융가의 샐러리맨들이 사격을 당했죠.

◆ 강유정> 그건 오로라극장에서 상영을 못합니다. 조커 상영을 안 하기로 개봉 전부터 약속을 했고 그래서 헤이즈 오피스라고 미국에서 1940년대에 만들어진 일종의 검열조항이 있어요. 이게 뭐냐 하면 범죄영화들이 굉장히 유행했을 때 모방범죄가 유행을 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 검열과정에서 폭력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를 어느 정도 조심하자라는 의미에서 코드를 1940년대 이미 만들었는데 영화의 폭력성이 관객에게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라는 첫 번째 얘기고. 이 영화가 지금 뭐가 가장 문제냐면 이런 말이 있어요. DC코믹스에 있는 조커는 유해의 약물, 독극물에 던졌더니 악마가 되었는데 이 인물을 그냥 리얼리즘적인 환경에 던졌더니 범죄자가 되더라. 그게 논점인 거예요.

◇ 정관용> 핵심이죠.

◆ 강유정> 환경 속에서 어떻게 범죄자가 만들어졌는가라는 문제 때문인데 저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건 특히 거기에 1% 부자에 대한 공격성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10% 부자에 대한 공격성을 좀 보이고 있어요.

◇ 정관용> 증권회사 직원 정도면 1%가 아니라는 거죠.

◆ 강유정> 아니란 말이에요. 차라리 엄청난 대기업의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그러니까 굉장히 보시는 분들이 좀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 정관용> 좀 정리합시다. 그러니까 간단히. 만화에서는 독극물에 던졌더니 괴물이 돼서 나타났다 이런 거였는데 이게 아니라 우울한 배경에서 자란 사람은 약간의 정신질환적 현상과 함께 이런 범죄로 가는구나. 그런 범죄로 가는 모습을 사람들이 반기는 구나 오해할 수 있다는 얘기거든요.

◆ 이택광>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묘사를 하고 있지 않고요. 그러니까 보시면 일단 복지예산의 축소 등으로 인해서 이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돼요.

◇ 정관용> 정신상담을 못하게 되죠.

◆ 이택광> 그래서 기본적으로 그 당시 뉴욕정부의 그런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줄이는 그 80년대가 신자유주의가 도입될 때였거든요. 그때를 풍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해석들은 조금 저는 이 영화의 취지와 좀 안 맞다고 보고. 일단 불편한 이유는 저는 일단 이 영화가 계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슈퍼히어로물은 백인 중산층 오락물이에요. 그런데 이걸 가져와서 백인 중산층들이 보면 굉장히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 당연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계급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걸 범죄를 미화하는 내지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 이택광> 보시면 그것도 해석하기 나름인데 영화를 보시면 미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조커가 하기 싫어요, 그러니까. 하기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떠밀려가는 거죠. 그게 우는 조커의 모습에서 나타나거든요. 마지막에 눈은 울고 있지만 입은 웃어야 되는 조커가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봤을 때 감독이 그런 문제를 굉장히 그냥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죠.

◆ 강유정> 그러니까 세 가지 트라이앵글이 있거든요. 뭐냐 하면 하나는 복지예산 같은 사회적인 복지의 축소. 두 번째는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환경, 그리고 세 번째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라는 부분도 있어요. 거기에다 플러스 하나의 요인이 더해지죠. 그 플러스알파가 뭐였냐면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멸시예요. 그래서 이 영화가 불편한 건 아까 제가 10%에 대한 사람들도 불편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장면이 나와요. 뒤에 아이가 있어서 아이를 웃겨주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냐면 우리 애 괴롭히지 말아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 버스에 타고 있는 같은 계층의 사람도 이 사람을 무시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층과 계급의 문제는 일부이고 우리가 한번쯤 누군가 이렇게 무시하거나 우리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들을 외면했다면 불편하게 하는 거예요, 보시는 분들을. 그래서.

영화 <조커> 스틸 이미지

◆ 이택광> 거기에서 한 가지 더, 조커는 백인으로 나와요. 그리고 거기에 앉아 있는 어머니는 흑인입니다. 보면 조커 주변의 이웃들은 전부 다 흑인들이에요. 그 흑인들이 조커와 같은 백인이 자기 아이를 놀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게 항상 그 지역에 일상으로 일어난다는 거예요, 백인들이. 그러면 그 아서 플렉의 동료들 같은 백인들이 사실 흑인들을 놀릴 거 아니에요. 그게 저는 포인트였다고 보고. 그걸 드러내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고 보고 그래서 거기에서 아서 플렉이 갖고 있는 그런 문제들을 이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어머니로부터의 학대라는 게 있는데 이건 사실 기본적으로.

◇ 정관용> 그건 굉장히 숨겨져 있다가 나중에 드러나는.

◆ 이택광> 그게 할리우드 영화의 영웅스토리를 뒤집는 거죠. 보통 할리우드 영화는 배트맨도 그렇지만 자기들의 어떤 그런 기원을 찾아서 본인에게 어떤 운명이 주어지는데 그 운명이 자기한테 왜 그렇게 왔는지를 모르잖아요. 그래서 기원을 찾아서 그 기원을 발견한 영웅이 되는 그런 스토리들이에요, 대부분. 캠벨이 만든 영웅신화의 줄거리가 있는데 그걸 따라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걸 뒤집어서 알고 봤더니 자기가 굉장히 사랑했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기를 학대했던 사람이었던 거죠. 그러면서 이 사람이 바뀌게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반(反)영웅이 되는 거죠, 쉽게 말하면. 영웅이 아닌 거죠.

◇ 정관용> 하프 영웅이 아니라 안티 영웅.

◆ 이택광> 안티영웅이 되는 거죠. 이게 배트맨하고 되게 유사해요. 배트맨도 안티 영웅이기 때문에.


◇ 정관용> 여러 가지 고민이 들어 있는 건 알겠는데 하여튼 이택광 교수는 전체적으로 그렇게 사회적으로 위험하거나.

◆ 이택광> 저는 문제는 미국 사회라는 거죠. 미국 사회가 총기를 허락하고 있고 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총기사고는 미국에서 계속 일어납니다. 굳이 영화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겁니다

◆ 강유정>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는 이게 한국에서 400만을 넘는 게 미국만의 문제로 봐서 셰익스피어 계단을 알고 브롱스 지역을 아시는 분만 이 영화를 소비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뭔가 동시대적인 코드가 지금 통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뭔가 불평등의 문제라는 게 사회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핵심이 될 수 있다라는 것에 다들 동의하시는 거예요. 가령 올해 칸느에서 황금종려상 받은 기생충도 불평등 얘기였고요. 작년에 칸느에서 이창동 감독이 보여줬던 버닝도 불평등 얘기가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외국 사람들이 기생충을 모르지만 미국에서 굉장히 흥행하고 있거든요. 반지하방 모르고 이런 상황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게 어떤 점에서 이게 왜 이렇게 위험하게 느껴지느냐. 실제로 저는 이게 유사 모방범죄로 이어질 거라서 두려워한다기보다 이 불평등이라는 걸 다들 조금씩 감지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폭력으로 혹시 촉발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의 표현으로 보여지는 거죠. 이 영화가 진짜 잔인하거나 진짜 범죄를 미화한다기보다 어떤 점에서 진짜 만화 속에서 판타지로 있는 일이 이 영화에서 지금 현실로 드러나다 보니까 저걸 진짜 현실적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어떡하지라고 공포를 느낄 것 같은데.

아까 이택광 교수님도 말씀하셨지만 한국에는 일단 총기가 허용이 안 되고요. 저는 좀 재미있는 현상도 있어요. 뭐냐 하면 이게 이렇게 무섭다고 느끼는데 범죄도시 같은 영화는 왜 안 무섭다고 느끼고 훨씬 더 잔인한 얘기인데 왜 이 영화는 무섭다고 할까. 어쩌면 그 자체의 불편함이 이 영화가 성공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화 <조커> 스틸 이미지

◇ 정관용> 일단은 400만 중에 한 4분의 3은 갈비뼈를 즐기러, 등뼈를 즐기러 가시는 분들일 거라고 저는 보기도 해요. (웃음)

◆ 이택광> 그런데 사실 히스레저의 조커와 호아킨 피닉스 조커를 비교하시는 분들 많이. 사실 저는 조커 만든다고 했을 때 사실 히스레저를 극복할 수 있는 히스레저 조커를 넘는 조커를, 너무 이렇게 강한 캐릭터로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이걸 넘어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이 영화 보고 깜짝 놀랐어요. 무궁무진하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 정관용> 그래서 이택광 교수는 한마디로 조커는?

◆ 이택광> 현실의 거울상이다.

◇ 정관용> 현실의 거울상?

◆ 이택광> 그런데 오목거울인 거죠.

◇ 정관용> 오목거울. 강유정 교수, 조커는?

◆ 강유정> 저는 조커는 계단을 생각하게 한다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의 여러 계단들.

◆ 이택광> 기생충하고 비슷하죠.

◆ 강유정> 기생충에도 계단이 나오고.

◇ 정관용> 그런데 아주 코믹한 코미디영화 빼놓고 세상의 모든 영화 중에 불평등이 안 드러나는 영화가 어디 있어요. 다 세상이 불평등하니까.

◆ 강유정> 동시발생적으로 현상이 드러나면 사회학적 현상이 되고 코드가 되는 거죠. 갑자기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조커에 대해서 오늘 수다를 떨어봤어요. 이택광 교수, 강유정 교수 수고하셨습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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