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18:20~19:50)
■ 방송일 :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미향 (한겨레 기자), 김민영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이사장)
◇ 정관용>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공격하는 문제들. 그래서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들 하나씩 선정해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오늘의 주제는 “재활난민” 이렇게 제목을 붙여봤어요. 우리나라 19세 이하 장애인구 가운데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은 30만 명 또 그 중의 중증장애인은 7만여 명이랍니다.
그런데 어린이재활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그런 의료기관은 딱 1곳밖에는 없다고 그러고요. 그 외에 어린이 재활치료도 하는 그런 병원들이 있기는 합니다마는 한 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지 못해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서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재활난민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그래요. 재활난민 실태분석기사를 쓴 한겨레 신문의 김미향 기자 그리고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의 김민영 교수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미향> 안녕하세요.
◆ 김민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제가 제일 당장 궁금한 게 병원을 한 곳에서 왜 오래 치료를 못 받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녀야 돼요?
◆ 김미향> 제가 취재를 해 보니까 병원에서 2개월 또는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이제 그만 치료받으시라고 말씀을 하고 이동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는데 왜 그러냐 하면 소아재활의 경우에는 수가가 굉장히 낮다고 해요. 그래서 성인 재활에 비해서 더 병원이 꺼려하는 치료라고 하고요. 그렇게 되니까 장애아동 부모님들은 계속 대기를 걸어놓고 다른 병원에서 대기가 풀려야지 또 이동해서 그 병원에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됩니다.
◇ 정관용> 대기 상태가 많다는 얘기는 찾아오는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는 많은데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제한돼 있다는 얘기군요.
◆ 김민영> 그런 장애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가 너무나 적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너무나 적어요. 그래서 대기자가 많아요. 그런데 운 좋게 아무튼 순서가 됐어요. 그런데 두세 달 받다가 또 다른 데로 가야 돼요?
◆ 김민영> 일단 대기자들이 계속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도 재활치료의 기회를 줘야 되는 것도 많이 크고요.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치료, 특히 입원 경우에는 입원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가가 낮아집니다
◇ 정관용> 그런 게 있어요?
◆ 김민영> 네.
◇ 정관용>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의료 수가가 낮아진다?
◆ 김민영> 그게 왜냐하면 장애환자를 기준으로 해서 모든 의료수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들이 입원을 하면 환자들 사실 오래 있고 싶은 마음들이 많이 들죠, 우리가 편안한 환경에 들어가면. 그렇지만 나라 전체적으로는 환자들이 그렇게 병원을 점령하고 있으면 안 되니까 빨리빨리 치료를 해서 빨리 퇴원하시도록 그렇게 유도하는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 정관용> 그래서 김미향 기자 취재해 보니까 보통 재활을 필요료 하는 아동이 얼마나 많은 병원을 옮겨다니던가요?
◆ 김미향> 제가 취재한 3살배기 아기의 경우에는 태어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병원을 6곳을 옮겨다니면서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했고요. 또 2살짜리 아이의 경우에는 4곳을 옮겨다녔다고 합니다.
◇ 정관용> 그럼 6개월에 한 번씩이네요.
◆ 김미향> 그런데 6개월도 사실 길게 치료받은 경우에 속하고요. 보통 3개월 그리고 길어야 6개월 이렇게 진료를 받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 병원들이 또 그런데 다 인접한 가까운 데 모여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죠?
◆ 김미향> 그래서 제가 취재했던 김민재 군의 경우에는 지금 3살인데 집은 충북 청주시인데요. 청주에서 받을 수 있는 재활치료는 병원이 2곳밖에 없어서 그 2곳에서 치료를 다 받고 나니까 경기도 광주의 외할머니 댁으로 이동을 해서 그곳에 머무르면서 경기도와 서울에 있는 병원에 계속 대기하고 다시 치료받았다가 대기하고 치료받았다가 이런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김 교수님, 아까 의료기관 수가 적다고 했는데 몇 곳 정도 있어요, 정확하게?
◆ 김민영> 저희가 2017년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 223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전국 의료기관 수를 보면 2만 9488개였었거든요.
◇ 정관용> 3만 개가 넘는 병원이 있는데.
◆ 김민영> 1%도 안 된다, 전국 의료기관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 정관용> 김 교수께서는 직접 치료를 하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두세 달 정도 치료하고.
◆ 김민영> 저희는 두세 달도 치료를 못하죠. 대학병원 중에서 두세 달까지 할 수 있는 병원들도 거의 제가 알기로는 1곳 정도밖에 없고요. 보통 한 달도 안 됩니다. 2주 만에 퇴원해야 되는 그런 경우들도 많고요. 왜냐하면 대학병원은 더 많이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런데 그런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이 환자 이주했다고 재활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 김민영> 그렇죠. 그러니까 거의 교육 목적 수준으로 대학병원 쪽에서는 그렇게 하게 되고.
◇ 정관용> 교육 목적이라면 어떤 교육.
◆ 김민영> 부모님들이 아이를 어떻게 좀 더 운동을 잘할 수 있게 하는지, 인지 자극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이런 걸 가르쳐주는 그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 정관용> 지금 퇴원을 시키지만 사실은 계속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인 것만은 확실하잖아요.
◆ 김민영> 그렇죠. 그리고 이제 물론 통원으로 외래로 치료를 받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죠. 그런데 말씀드린 것처럼 워낙 기관들이 적다 보니까 바로 집 근처에 갈 만한 곳이 없고 아까 김미향 기자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특히 지방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더 갈 곳이 없고요. 그리고 통원으로 다닌다고 해도 거의 다 대기환자들이 기본 6개월 이 정도씩 기다리고 있거든요. 중요한 시기를 많이 놓칠 수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통원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일주일에 많아야 2번 정도 치료를 하는데 많이 부족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치료를) 더 많이 하는 게 좋은 경우가 있으니까.
◇ 정관용> 어쨌든 치료가 계속 필요한 상태인데도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퇴원시키는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요?
◆ 김미향> 문제가 있죠. 우리나라 지금 현행 의료법 15조를 보면 “의료기관은 진료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이런 조항이 명백하게 했어요. 그래서 실제 보건소에 진료거부를 신고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진료거부 행태가 워낙 관행적으로 오래 있어 보다 보니까 이걸 신고하시는 장애아동 부모님도 많지 않고 실제 신고를 했다 해도 이 보건소나 관할행정기관에서 이걸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서 이게 법 위반이다라는 걸 밝혀내거나 이런 단계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정관용> 교수님도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 김민영> 그렇지만 그 환자 하나만 해결해서 될 일이면 당연히 길게라도 가야 되는데 환자들은 계속 있고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고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 정관용> 특히 아주 태어나자마자, 출산 전후나 영아기 그때 장애를 갖게 되면 조기재활치료가 특히 중요하다면서요.
◆ 김민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골든타임을 놓치는 거로군요, 어찌 보면.
◆ 김민영> 그렇죠. 그때 치료를 못 받고 예를 들어 1~2년을 지나갔다 그러면 엄청 큰 피해가 되는 것입니다.
◇ 정관용> 이미 장애가 고착화되는 거죠.
◆ 김민영>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쉽게 설명을 드리면 뇌성마비가 모든 장애아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이런 환자가 힘들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질환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뇌성마비 아이들은 상태가 좋은 아이들부터 아주 상태가 나쁜 아이들까지 이렇게 여러 분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저희가 단계를 “대동작 분류체계”라고 해서 1단계부터 5단계로 나눠서 5단계까지가 있는데 1단계의 아이들은 상당히 기능이 좋아서 뇌성마비지만 걸을 수 있는 아이들,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고 5단계 아이들은 뒤집는 것도 간신히 할까 말까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애들도 원래 태어났을 때는 못 걸었다가 돌 때 걷잖아요. 그리고 점점 또 달리기도 더 잘하게 되고 이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 뇌는 좋아지니까 얘네들도 좋아질 거다라고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죠. 그리고 뇌성마비의 원인은 점점 진행하는 그런 질환은 아니거든요. 그냥 한 번 손상으로 생기는 건데 그래서 좋아질 거다라고 예상을 하지만 방금 말씀드린 1단계 아이들이 최고로 많이 좋아지는 나이가 만 6세경에 끝나요. 그리고 그럼 5단계 아이들은 만 3세도 안 돼서 끝나요. 그래서 2세 8개월 이 정도면 자기가 좋아질 수 있는 맥시멈에 거의 다 도달을 하거든요.
◇ 정관용> 그럼 그 2세 8개월 전에 되기 전에 집중치료를 해야 되는데..
◆ 김민영> 그렇죠.
◇ 정관용>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도 적은데 이런 의료기관들이 점점 문을 닫는다면서요?
◆ 김미향> 올해 3월에 동국대 일산병원이 소아재활병동을 축소, 폐쇄했고요. 작년 9월에는 인천올림피아병원에서 소아재활치료를 축소했습니다. 그래서 장애아동 부모님들이 집회도 열고 했었는데요. 이런 소아재활 의료기관이 (계속 줄고 있죠)
◇ 정관용> 줄어든다는 얘기는 한마디로 돈이 안 되기 때문 그거예요?
◆ 김민영>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재활의학과 선생님들이 돈을 막 벌고자 해서 어린이 재활을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당연히 아닌데. 제가 다른 선생님들도 어린이 재활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을 만나면 다 똑같이 하시는 말씀이 그냥 제로만 맞춰주면 해 주겠다. 왜냐하면 부모님들이 오셔서 재활치료 해 달라고 아마 많이 말씀을 하시겠죠. 그런데 저희야 워낙 기본으로 오지만 개인병원, 재활치료하는 곳에 가서 얘기를 하면 너무 안타깝거든요, 의사의 입장에서도 쟤가 앞으로 어떤 장애인이 될 게 눈이 보이고 그래서 해 주어야 된다는 생각은 많이 드는데 너무 수지가 안 맞는 거죠. 그래서 적자가 너무 크다 보니까 그걸 아시고서 하실 수가 없습니다.
◇ 정관용> 어린이, 특히 영아일수록 재활치료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죠?
◆ 김민영> 시간이라기보다는 기술, 그러니까 전문성이 많이 중요하거든요. 의사도 어린이 재활을 주로 많이 오랫동안, 저희가 봤을 때는 5년 이상은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치료사는 당연히 더 피부로 와닿는 아이들한테 의료서비스를 주는 입장인데 부모님들에게 저희가 설문을 해 봤을 때 3년 이상의 경력자는 돼야지 우리가 믿을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세요. 그런데 저희가 같이 일을 해 보면 사실 3년보다 더 많이 길게 경험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치료를 제공을 할 수가 있는데. 그런데 그런 분들을 계속 이제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전혀 되지가 않습니다.
◇ 정관용> 오히려 기관이 적을 뿐만 아니라 돈이 안 되고 수가가 안 된다고 하니까 그쪽 전문으로 하겠다는 의료인도 점점 적을 것이고.
◆ 김민영> 당연히. 할 수가 없으니까.
◆ 김미향> 그리고 소아재활치료가 의료진의 소진이 굉장히 많이 드는 그런 치료라고 들었어요. 성인재활만 해도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될 수 있고 또 기계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하는데 소아재활의 경우에는.
◇ 정관용> 더 힘들고 어렵고.
◆ 김미향> 아이와 1:1로 붙어서 맞춤형 치료를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전문성도 더 필요하고 그런데 돈은 안 되고.
◆ 김민영> 맞습니다.
◇ 정관용> 문재인 정부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9곳 짓겠다 이런 공약을 내놓은 게 이게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아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 김미향> 그렇습니다. 2017년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을 하면서 공공어린이병원을 짓겠다 이렇게 공약을 국정과제로 했고요. 그래서 1년 뒤인 2018년에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마련을 해서 총 9곳의 병원을 짓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올해 초부터 추진되는 상황을 보면 지금 양상이 조금 달라지는데요. 병원은 3곳 그리고 나머지 6곳은 재활센터로 짓겠다 이렇게 변경이 됐어요. 그걸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병원을 줄이고 입원이 불가능한 센터를 6개 짓는다는 것은 공약이(랑 다르다고 보는거죠)
◇ 정관용> 재활센터는 입원이 안 되는 곳이에요?
◆ 김민영> 입원 안 하고 낮 병동이라고 해서 밤에는 집에 가서 자고 다시 낮에 와서 재활치료 받고. 매일 치료를 받는 이런..
◇ 정관용> 그 차이가 있군요.
◆ 김미향> 그어린이 재활환자는 입원을 해야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입원이 불가한 센터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비판을 하고 있죠.
◇ 정관용> 공공병원 9곳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이 수가 현실화가 빨리 돼야 되는 거 아닐까요. 어떻게 보세요?
◆ 김민영> 맞습니다. 그러니까 물론 공공재활병원이 생겨지면 아이들에게 혜택이 당연히 돌아갈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보다는 전국적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좋은 재활의료기술이 환자들한테 잘 적용이 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토양만 갖춰진다면 사실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좋은 치료들을 제공을 할 수가 있는데 도저히 의사들이 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를 않다 보니 안 되고 있습니다.
◆ 김미향> 공공병원이라고 해도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사례가 있었는데요.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이라고 공공병원이 있는데요. 거기가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인력이 부족해서 서울시에 인력확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기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대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공공병원을 많이 짓는다고 이 문제가 뚝딱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가랑 같이 가야지 중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이 말씀을 하십니다.
◇ 정관용> 수가 현실화. 그래서 인력양성도 좀 더 될 수 있도록 하고 그래서 기관도 더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늘어날 수 있도록. 참 한두 해 하는 얘기가 아닐 텐데 왜 이게 안 고쳐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여기까지.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 이른바 재활난민 문제를 좀 짚어봤습니다.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 김민영 이사장 그리고 한겨레신문의 김미향 기자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김미향> 감사합니다.
◆ 김민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