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김병훈 판사)은 A(28)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에 본사를 둔 한 전기설계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파주시 현장 사무실로 발령 났다. 사무실 인근 회사 기숙사에서 거주하며 출퇴근하던 A씨는 그 해 10월 31일 숙소에서 쓰러져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말단 직원이었던 A씨가 (회사 사정상) 익숙하지 않은 설계도면 작성업무를 하게 됐다"며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 회식이나 야근 후 A씨의 숙소를 함께 이용하면서 퇴근 후 독립된 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근로복지공단 측은 A씨의 요양급여신청에 대해 "A씨와 함께 근무하던 대리 2명이 이직했고 설계도면 관련 납품일이 확정되는 등 A씨가 업무에 대한 심적 부담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실제로 해당 업무가 모두 A씨에게 인수·인계돼 과중해졌는지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불승인했다.
출퇴근 기록에서 A씨의 발병 1주 전 업무시간은 55시간 46분으로, 발병 2주~12주 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43시간 10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불승인 근거로 들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관련 시행령·고시 등에서는 발병 전 1주일간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의 평균치보다 30% 이상 증가됐을 때 '업무상 부담으로 인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 질환'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업무 강도나 책임 등이 쉽게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을 때도 인정한다.
재판부는 "관련 고시에서 정한 최소 업무시간(30% 증가)에는 못 미치지만 발병 직전 1주간 야근이 늘면서 업무시간이 크게 증가했다"며 "해당 회사의 직원들도 기피하던 파주사무실 업무 수행으로인해 뇌혈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이 부담이 가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평균 체형에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한 편이었고, 평소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은 점 등도 업무상 질병 발생이 유력한 정황으로 고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