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건 사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이옥선 할머니 고향 부산 방문

92살 이옥선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중 처음으로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방문
역사관 내 소녀상 쓰다듬으며 "내 어릴 적 모습인데…"
"눈 감고도 찾을 수 있는 내 고향이 정말 많이 변했다"

18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가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첫 일정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다. (사진=강민정 기자)
18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가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첫 일정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다.

이날 오후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 역사관을 방문한 이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전시회장을 둘러봤다.

강제동원역사관에서는 앞서 지난 10일부터 '할머니의 내일' 전시회를 선보이고 있다.

'할머니의 내일'은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각종 자료를 전시하는 행사다.


이날 이 할머니는 전시된 위안부 동료 사진을 둘러보며 친구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이어 닥종이로 만들어진 소녀상 앞에서 멈추었다.

할머니는 소녀상을 어루만지며 "내 어릴 적 모습인데"라면서 "우리는 일본의 법정배상 뿐만 아니라 사죄도 바란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또 자신의 굴곡진 인생을 담대하게 취재진 앞에서 풀어냈다.

18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가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첫 일정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다. 위안부 동료의 사진을 보는 모습 (사진=강민정 기자)
이 할머니는 1927년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나 15살 때인 1942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 연길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이 할머니는 "부모 형제 다 고향에 있고, 나만 중국에 혼자 끌려갔다"면서 "해방이 되도 오갈 데가 없어 중국에서 밥 빌어먹고 살다가 남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지만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15살의 소녀는 73살이 돼서야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18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2) 할머니가 고향인 부산을 방문해 첫 일정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았다. (사진=강민정 기자)
지난 2000년에 한국에 들어온 이 할머니는 3년 뒤 부산을 잠시 방문하긴 했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지난 15년 동안 고향을 다시 찾을 수 없었다.

이번에 부산에 오게 된 할머니는 "부산역까지만 데려다주면 눈감고도 찾을 수 있던 내 고향이 너무 변했다"면서 "그래도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그동안의 역사가 다 간직돼 고맙다"고 눈물을 훔쳤다.

전시 행사를 둘러본 이 할머니는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자신이 태어난 보수동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초량동에 있는 소녀상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일제강제동원역사관 관계자는 "2015년 12월 개관한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강제동원의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라면서 "위안부 피해자가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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