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23' 모두가 주인공인 키움 철벽 불펜의 힘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전 8회말 2사에서 탈삼진을 잡아내고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믿음의 야구'에서는 보통 믿는 선수만 믿는 경우가 많다. 키움 히어로즈는 다르다.

키움은 올해 KBO 포스트시즌에서 선수 엔트리 30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우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만난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12명보다 2명 더 많은 숫자다.

믿을 수 있는 불펜투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상대 약점을 파고드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가 많다고 봤다. 그래서 투수가 많이 필요했다. 사실 더 넣고 싶은 투수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정석 감독은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파이어볼러 조상우와 안우진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불펜의 히든카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승부처를 담당하고 한현희와 오주원이 주로 경기 막판을 책임지는 가운데 김상수와 김동준, 김성민, 윤영삼, 양현, 이영준 등 다른 불펜투수들은 경기 중반 흐름 싸움을 주도한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투수들에게 몇가지 부탁을 했다.

먼저 보직을 파괴했다. 포스트시즌 모드의 키움에게는 공식 마무리 투수가 없다. 조상우와 오주원을 비롯해 누구든 마지막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오히려 강한 투수를 경기 중반 승부처에 투입해 상대 중심타선을 막게 하는 운영 방식이 효과를 봤다.

정규리그 때는 중간계투 한명에게 한이닝을 맡기는 운영을 했다. 그래서 불펜에서 1명만 몸을 풀 때가 많았다. 포스트시즌 들어 운영법이 달라졌다. 동시에 2명이 몸을 푸는 경우가 많아졌다. 등판 순서가 바뀌거나 급히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키움은 투수 14명 중 이전 경기와 다음 경기 선발투수를 제외한 12명을 매경기 활용할 수 있다. 장정석 감독은 "많은 숫자다. 전부 다 기용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재 키움이 추구하는 믿음의 야구는 불펜투수 모두를 믿는 야구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르면서 매경기 평균 7명의 불펜투수가 마운드를 밟았다. 투수 숫자가 많아 짧게 끊어가는 마운드 운영이 가능했다. 이는 상대의 공격 흐름을 흔드는데 도움이 됐다.

키움 불펜은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총 36⅔이닝을 소화했고 평균자책점은 1.23으로 놀라운 수준이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SK를 10대1로 누르고 파죽의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두산 베어스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1차전 예정일은 22일. 강력한 키움 불펜은 무려 4일을 쉴 수 있게 됐다.

불펜을 폭넓게 운영하고 있는 장정석 감독은 "선수들이 쉽게 지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주자가 있는 승부처에 등판할 때가 많아 체력 소모가 적잖은 조상우 역시 "관리를 잘해주셔서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4일 휴식은 어떤 의미일까.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의 불펜은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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