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충돌한 이유, 뺨 맞은 황인범 때문이었다

29년 만에 평양에서 만난 남과 북의 남자축구는 경기 초반 한 차례 선수단 충돌이 발생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 속에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이 났다.남북 선수단의 충돌은 양 팀 선수들의 대치 상황에서 황인범(가운데)이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으며 발생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29년 만에 성사된 남북축구의 평양 대결에서 선수들이 충돌했던 이유가 밝혀졌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낮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북한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 영상 상영회를 했다.

이 경기는 북한의 비협조로 생중계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경기 당시 현지에 파견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을 시작으로 AFC 본부를 거쳐 대한축구협회가 국내 취재진에게 짧은 메시지로 경기 상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경기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났지만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은 경기 초반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한 차례 충돌했고, 경기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키는 등 긴장감이 팽팽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장면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인 요아힘 베리스트룀이 현장에서 찍은 영상을 개인 SNS에 게시하며 국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14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는 북한 벤치 앞에서 남과 북 선수들의 대치 그리고 손흥민(토트넘) 등이 선수들을 저지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북한축구협회가 제공한 영상 속에는 해당 장면이 일부 담겨있다.

충돌은 전반 6분에 나왔다. 나상호(FC도쿄)가 상대 선수와 공중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미는 동작이 나왔고, 북한 선수들이 달려들며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이 북한 선수에게 얼굴을 맞았다. 이 때문에 두 팀 선수들은 물론, 북한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 장면은 북한이 제공한 영상에는 담겨있지 않았다. 다만 평양에 파견됐던 축구협회 직원의 목격담, 그리고 평양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진수(전북) 등 일부 선수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나상호와 상대 선수의 충돌로 시작된 긴장감은 황인범이 뺨을 맞고 주심에게 거세게 항의하며 제대로 불이 붙었다. 영상을 확인한 결과 베리스트룀 대사가 공개한 화면은 극렬한 대치 이후의 상황이었다.

한편 황인범은 17일 새벽 평양 원정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이러한 상황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다만 “다음에는 우리 홈에서 경기를 할 텐데 그때는 우리가 (평양에서) 느꼈던 것들을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미심장한 각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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