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공정하다고 믿습니까? 이것이 붕괴됐다"

한국인의 43.5%, 울분 느껴
대한민국은 만성 울분 사회
젊은층일수록 울분감 높아
공정성 강화, 믿음 주는 사회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최근에 서초동과 광화문 또 대학로 이쪽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 보면서 어떤 생각하셨나요? 외치는 구호는 제각기 달랐습니다마는 그 밑에 깔린 감정은 똑같았죠. 울분. 그러고 보면 여러분, 일상을 살다가 종종 욱, 욱하는 감정들 느끼실 거예요. 취업난 속에 청탁 취업. 그러니까 취업 비리 뉴스를 접하면서도 그렇고 입시 비리 뉴스를 볼 때도 그렇고 비정규직이 현장에서 또 숨졌다. 이런 뉴스를 봐도 그렇고. 우리는 참 분노할 일 많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이게 그냥 느낌이 아니고요.

실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 한국인의 43.5%가 만성 울분을 느끼고 있고 특히 젊은층일수록 울분을 많이 느낀다. 이런 조사 결과가 나왔답니다. 보건학자이자 울분 전문가라고 이런 별명이 붙어 있는 분이에요. 서울대학교 유명순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유명순>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유 교수님. 울분 전문가 유 교수님도 가끔 욱하세요?

◆ 유명순>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농담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말씀드렸는데 울분 연구를 하게 되면서 저도 모르게 또 의식적으로도 울분이 어떤 의미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돼서 그걸 컨트롤하는 역량이 조금은 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울분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 유명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저도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나는 얼마나 울분을 느끼나. 욱, 욱하나 생각했더니 정말 하루에 한 번 이상씩.

◆ 유명순> 맞습니다.

◇ 김현정> 그 크기가 클 때도 있고 작을 때도 있습니다마는 욱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더라고요. 실제 데이터는 어때요?

◆ 유명순> 제가 보건대학원에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저희 울분 연구진의 장점이라면 굉장히 다양한 학제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융합팀인데요.

◇ 김현정> 다학제 연구팀이라고 제가 들었어요.

◆ 유명순> 그래서 다양한 자료를 분석을 하고 있는데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일간지 뉴스에 보도된 울분 보도를 헤아려봤죠. 그래서 약 9700건 정도가 울분이 기사 제목에 있거나, 아니면 본문에 있는데요. 그걸 그 기간이 약 29년이나 되니까 그사이에 지면의 양이나 아니면 기사량 자체의 양을 고려해도 그러니까 울분 보도가 해마다 증가세입니다.

다시 말하면 울분으로 연결되는, 울분과 관련이 있는 현실 사안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거죠. 이게 청취자분들하고 한번 우리 사회가 울분 사회일까라고 하는 걸 한번 스스로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함께 생각을 해 보시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언급하고 싶었고요.

두 번째는 조금 이따 아마 좀 더 길게 설명을 드릴 테지만 제가 지난 2월에 한번 라디오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1건의 조사 결과, 울분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이후에 총 5건, 약 7600여 명으로부터 응답을 분석해서 보니까 전체 약 43.5%. 소수점 올리면 44% 정도가, 즉 열 중에 넷 정도가 오래된 울분이 마음속에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냥 가끔 욱이 아니라 만성 울분을 안고, 만성 스트레스처럼 만성 울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44%.

◆ 유명순> 그러니까 이게 우리 사회의 울분이 현저하고 우리의 굉장히 중요한 정서나 공유된 감정으로 울분이라고 하는 감정을 여러 분야에서. 그건 학계도 물론이지만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걸 뒷받침하지 않나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막연히 울분, 하면 뭔지 알겠는데요, 교수님. 울분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리세요?

◆ 유명순> 일단 저희가 조사 연구를 할 때 근거로 삼는 약간 참고서 같은 말씀부터 드리면 울분은 말하자면 사회적인 부당함에 대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부당함은 말하자면 삶이 불공평하고 나의 일상이 불공정함으로써 비롯되는 감정인 거죠. 그런데 나에게 만약에 내가 볼 때 너무나 불공정한,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데 그 일이 굉장히 무례하고 그리고 굉장히 모욕적으로 벌어집니다. 그러면 사람은 누구나 당연하게도 분노를 느끼죠.

◇ 김현정> 당연하죠.



◆ 유명순> 그런데 울분에는 그런 성낼 분과 함께 막혀서 굉장히 답답한 울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나의 감정, 나의 삶을 공격을 했는데 그걸 반격하고 싶은데, 되갚고 싶은데 그럴 만한 길이나 방도가 없으면 찾아오는 절망 그리고 무력감이 섞이는 복합 감정이 울분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비록 이 정의는 현재 해외 학자들이 주고 있고 앞으로 한국의 울분을 새롭게 저희 연구자들이 이해하겠지만 이미 정신과 의학 전문가들이나 심리학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복잡한 감정에 잘 빠져들고 우리들의 이 집단의 정서와 공유 감정은 복합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만 추가하자면 요즘 우리 한국 사회에 이런 통합이나 발전을 가로막는 굉장히 중요한 핵심어로 공정과 정의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울분이 바로 그것이 안 돼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면 우리가 조금 더 단지 저희 연구라서가 아니라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뭐 라면 끓이다가 라면이 잘 안 끓어져서 아우, 화나. 이런 게 울분이 아닌 거예요.

◆ 유명순> 굉장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내가 부당하게 취급받고 내가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이나 아니면 어떤 관계에서 나를 정의에서 어긋나고 부당하고 모욕적인 일을 경험함으로써 비롯되는 감정. 그런데 나한테 그걸 받아칠...

◇ 김현정> 힘이 없어, 나는 너무 약해.

◆ 유명순> 힘도 없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하는 절망이 들어가는 겁니다.

◇ 김현정> 그냥 분이 아닌 울분.

◆ 유명순> 울과 함께.

◇ 김현정> 지금 공정성의 문제를 말씀하셨고 다른 요인들 또 뭐가 있을까요?

◆ 유명순> 공정성의 문제에서도 저희 연구가 좀 더 주목을 하고 또 많은 분들하고 공유하고 싶은 게 2개인데 그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조사에서는 한국 사회가 공정합니까, 우리 사회는 평등합니까? 라고 인식을 물었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울분 연구에서 조금 차별화되고 좀 서로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믿음을 묻는 겁니다, 두 가지로. 하나는 우리 세상은 공정합니까? 우리 사회는 공정하다고 생각이 아니라 믿습니까를 이제 묻는 거예요. 또 하나는 이 세상이 나를 공정하게 대우할 거라고 믿느냐를 묻는 거죠. 이 두 가지는 굉장히 중요한 게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때그때 인식은 부당하고 불평등하다고 생각해도 나의 믿음이 튼튼하면 세상에 적응을 하고 해석을 시도할 수 있고 공정함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죠.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일대에서 열린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기자


◇ 김현정> 신뢰의 문제군요. 세상에 대한 신뢰.

◆ 유명순> 그렇죠. 그런데 믿음. 나에게 너무나도 불공정한 일이 끊임없이 생겨서 내가 그것으로 인해서 고통 받고 나에게 아무런 방도가 없다고 생각이 되면 오랫동안 형성이 돼서 잘 안 깨지는 그 신념이 망가지거나 붕괴하는 겁니다. 그렇게 될 때 이 울분의 심리학자는 정의가 망가뜨린 신념이 울분을 일으킨다라고 얘기를 해요. 이게 하나 추가하고 싶은 거였고 마지막 하나는 우리가 타인을 무효로 취급하는 무효화의 경험입니다.

◇ 김현정> 그게 뭐예요, 무효화?

◆ 유명순> 이게 원래 아이들이 자랄 때 부모가 양육을 할 때 수용을 하고 인지를 하는 걸 합쳐서 수인이라고 줄여서 조어를 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게 어린이들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원래 영어 단어 뜻에서 무효를 한 건데 뭐냐 하면 살다 보면 겉으로 잘 티는 나지 않지만 나만의 아픔이 있을 수 있잖아요, 어려운 점이. 그런데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 이해 부족.

◇ 김현정> 몰라준다.

◆ 유명순> 그리고 내가 그 와중에 노력을 해서 성과를 냅니다. 그런데 그걸 너 더 많이 할 수 있었잖아. 너 더 해도 되잖아와 같이 예를 들어 깎는 거죠.

◇ 김현정> 너는 왜 1등 할 수 있는데 10등밖에 못했니.

◆ 유명순> 그런 식인 거죠. 그래서 어릴 때 양육 환경 외에도 우리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걸고 있는 직장과 사회에서.

◇ 김현정> 몰라준 거.

◆ 유명순> 그런 무효화의 경험이 높으면 울분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감정은 다 느끼는 것 같은데, 이 조사를 보니까 지금 기준으로 젊은 세대일수록 그 감정이 더 높다? 아니, 이팔청춘 희망을 품고 뭔가 사회에 기대하는 게 더 커야 될 젊은층이 왜 더 울분을 많이 느껴요?

◆ 유명순> 아닌 게 아니라 저도 그 질문들에 생각을 답을 부족하나마 저희가 아주 장기간의 연구라든지 아니면 굉장히 깊은 연구의 단계는 아니나 연구자라면 해석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앞서 말씀드린 울분 유발의 큰 두 가지 이유는 부정적인 생애 사건 경험. 예를 들면 해고, 이혼 이런 건데 젊은층은 예를 들어 그런 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잖아요.

◇ 김현정> 적잖아요, 경험이.

◆ 유명순>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그럴까를 설명하려면 그 공정함에 대한 믿음을 본 겁니다. 그랬더니 공정함의 믿음을 아까 제가 두 가지가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이 사회는, 이 세상은 공정해라는 믿음. 또 하나는 이 세상은 나를 공정하게 대우해 줄 거야.

◇ 김현정> 지금은 이렇지만 세상을 믿자.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24) 씨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노제를 마친 뒤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유명순> 그렇죠. 그런데 둘 중에서 항상 개인적인. 그러니까 이 세상으로부터 나는 공정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하는 믿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 20대. 그러니까 2030세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2개의 격차가 제일 큽니다. 무슨 말이냐면 신념의 불균형 상태에 있는 거죠. 우리 한번 생각을 해 보죠. 지금의 20대가 어떤 세대냐 하면 저는 사실 자랄 때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약속처럼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대에는 IMF 이후에 비정규직이 그들의 어떻게 보면 일상이 된 거죠.

◇ 김현정> 대다수는 비정규직으로 세상을 시작해야 하는.

◆ 유명순> 그게 아주 일반이 된 거죠. 일반의 의미가 굉장히 크죠. 그런데다가 이들이 어떤 세대냐 하면 부모가 IMF로 고통 받고 또 어른들이 아이들을 두고 살겠다고 나온 그런 여러 경험들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자신이 공정한 대우를 받겠다는 그 권리나 감수성은 높은데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한 신념이 낮은데 이들이 20대를 넘어서서 취업, 교육, 결혼 이런 생애 도전. 굉장히 긍정적일 수도 있는.

◇ 김현정> 저희 때만 해도 그냥 열심히 돈 벌면 집 장만할 수 있어. 그런데 이제는 열심히 평생 벌어도 못 살 수도 있어.

◆ 유명순> 그런 거죠.

◇ 김현정> 부모님이 물려주는 게 없으면.

(사진=연합뉴스 제공)


◆ 유명순> 그런데 이게 굉장한 믿음의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이게 울분을 더 크게 일으키게 하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함의가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 건 그런 개인에게 너는 너무 감수성이 높아, 기대가 높아가 아니라 세상의 공정함을, 개인적 신념의 공정함에 대한 믿음의 수준으로 올려야 되는 필요성 쪽으로 가져가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러분 요즘 20대들이 세상이 공정하지 못한 것을 보고 분노를 터뜨리는 것을 기성 세대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 면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20대들은 불만이 많아, 사회에. 왜 이렇게 불공정 얘기를 해? 지금 설명 듣고 보니까 이해가 되네요. 그들을 우리가 이해하네요, 기성 세대가.

◆ 유명순> 그리고 사회가 그 공정함을 강화해서 믿음을 강화하는 사회로 갈 필요성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데. 때로 우리는 너무 거창한 거시적인 논의들을 하는데 때로는 나와 너의, 나와 우리들의 울분이라고 하는 감정에 주목함으로써 왜 우리는 공정해야 되지? 내 일상에서도 물론이지만 우리 사회는 왜 더 공정해야 되는 거지?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현정> 이거 울분 안 풀고 그냥 두면 병이 되잖아요.

◆ 유명순> 그렇죠.

◇ 김현정> 병이 되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지금 한 1분 30초밖에 안 남았습니다마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울분부터 좀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44%는 줄여야 되지 않겠어요?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유명순> 일단은 이번에 한국에 방한하신 정신의학자인 울분 연구자 마이클 린든 교수도 강조하셨지만 질병은 질병입니다. 그러니까 정신 장애로서의 울분 장애는 전문가의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태고요. 하지만 사회적 감정으로서, 공유된 감정으로서의 울분은 진행자님 말씀하신 거에 저도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극복해야 된다고 봅니다. 간단하게나마 세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요, 연구하면. 왜냐하면 연구자는 연구 논문에 이런 걸 담을 수가 없어서 이런 기회에 공유하고 싶었어요. 첫째는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사회, 정치 사안에 대한 울분을 물어서 원인을 찾았거든요. 첫째가 규칙을 지키는 겁니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이 규칙을 지키고 규칙대로 처리하고 그리고 불평등한 그런 조건들을 없애는 게.

◇ 김현정> 원칙, 규칙.

◆ 유명순> 규칙을 지키고. 두 번째 요인으로 저희가 찾은 게 부당한 힘의 사용이 있었거든요. 특혜 내지는 갑질, 이 2개가 핵심 요인으로 나왔는데요.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무리하게 하지 않고 그리고 갑질하지 않는 거랑 같은 거죠. 그리고 굉장한 특혜와 같은 일들을 없애는 노력은 아까 제가 말씀드린 믿음 강화형 세상 만들기에 도움이 되죠. 끝으로 그러면 이제 개인에게는 노력할 게 없냐? 그렇지는 않아서 의학자들의 추천은 지혜인데 지혜를 너무 어색하게 듣지 마시고 이게 어떤 일인지를 되돌아보는 자기성찰인데 각자도생식이 아니라 지지와 이런 소통의 연대를 만들어서 우리들의 사고와 감정의 지혜를 높이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너무 귀한 시간, 교수님 고맙습니다.

◆ 유명순> 감사합니다.

◇ 김현정> 유명순 교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