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전략통과 친문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을 핵심 지지층 재결집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층 여론 등을 감안할때 적절한 카드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 2020 총선은 '국민 심판'…"文대통령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어지면서 '검찰개혁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까지 더해졌다.
두 달 동안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인 측면도 있고, 핵심 지지층 사이에선 야권의 십자포화를 온몸으로 버틴 조 전 장관에 대한 정서적 응집력도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6일 "조국과 국민께서 몸으로 만들어 준 검찰개혁의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치켜세웠고, 서초동 집회에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나란히 한 조 전 장관의 손팻말도 등장했을 정도다.
이미 지난 1일 여론조사에선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3위에 오르기도 했을 정도로 정치적 화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친문 진영의 한 인사는 "조 전 장관이 총선에 출마해서 이기면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기 때문에 역할론을 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으면, 청문회 정국에서 공감 능력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등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조 전 장관의 총선 역할론은 정치적으로 무너진 조 전 장관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시키면서 대권 잠룡으로 키울 수 있다는 판단과도 맞닿아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책임론까지 일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와 여권 일부에선 여전히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내심 야당과 언론 탓이라고 생각하는 기류가 없지 않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이 아직도 굉장히 힘들어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잘 공감하고 잘 추스른 다음에 (총선 출마를) 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총선 역할론에 여지를 남겼다.
◇ "왜 이제서야…" 조국 꺼리는 與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러브콜을 보냈을 때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어야지, 왜 만신창이가 된 다음에 재활용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장관 지명 전엔 조 전 장관의 고향인 PK(부산·울산·경남)를 중심으로 총선 역할론이 심심찮게 나온 게 사실이다.
지금은 다르다. 수도권뿐 아니라 조 전 장관의 등판을 권유했던 PK 지역 의원들도 그의 복귀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PK 지역 의원은 "조 전 장관은 지금 정신적으로 엉망진창"이라며 "정치에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총선에 출마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자녀에 대한 입시 부정 의혹 등이 터져나오면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가 흔들렸고, 이에 따른 중도층의 반발이 있었는데 총선에 출마하는 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총선 출마지가 마땅찮다는 것도 문제다.
올 초 거론되던 부산은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돼 현역 의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전 장관과 청문회 국면에서 각을 세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서 다시 맞붙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친문을 제외한 여당 의원들은 이조차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야당 세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동작을은 탈환을 노려볼 만 한데, 조 전 장관을 내보내면 괜히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정략적 계산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국민들은 다 안다"며 "지금 총선 역할을 얘기하는 건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인과 가족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중도층 표심까지 잡아야 하는 총선엔 보탬이 되지 못할 거라는 얘기다.
또 조 전 장관 본인도 총선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많다. 애초에 출마 직에 나오고 싶어 하지 않았던 데다 사퇴문에서 가족을 언급했던 만큼 더는 정계에 발을 걸치지 않을 거라는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