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데 미쳤다' 무섭게 익어가는 키움의 가을

15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 SK와이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4회초 2사 주자 2, 3루 상황에서 키움 김규민이 2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다.(인천=연합뉴스)
프로야구 키움의 가을야구 기세가 무섭다. LG를 누른 데 이어 정규리그 우승 목전까지 갔던 SK를 벼랑으로 내몰았다.

키움은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SK에 짜릿한 8 대 7 재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연장 11회 3 대 0 승리까지 2연승을 달렸다.

남은 PO 3경기에서 키움은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KS)에 나선다. 만약 그렇게 되면 키움은 2014년 이후 5년 만의 KS 진출로 올해 1위 두산과 격돌하게 된다. 이미 키움은 LG를 준PO에서 3승1패로 제압했다.

키움이 무서운 이유는 젊은 선수들의 패기다. 김하성(24), 이정후(21) 등 이미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을 비롯해 김규민(26), 송성문(23), 김웅빈(23) 등이 타선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파이어볼러 조상우(24)는 전가의 보도처럼 승부처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며 한현희(26) 등도 필승조로 제몫을 한다.

이들이 더 무서운 점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번이나 타석에서 부진해도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다음 기회가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맞붙어 싸워 이기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팀에 엄청난 동력이 된다.

14일 PO 1차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하성과 이정후는 승부처 타격 부진과 주루 미스로 팀 고전의 원인이 됐다. 0 대 0 연장 승부 전에 승패가 갈릴 상황이었다.

김하성은 1회 무사 1루, 7회 1사 1, 3루와 9회 1사 2루에서 모두 침묵했다. 특히 외야 뜬공이면 1점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던 7회 초구에 풀스윙을 돌려 내야 뜬공에 그쳤다. 이정후는 1회 1사 1루에서 빗맞은 안타로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냈으나 본인은 오버런으로 횡사했다. 만약 살았다면 후속 공격 때 제리 샌즈의 외야 뜬공이 희생타가 될 수 있었다.

'드디어 터졌다' 14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서울 키움 히어로즈와 인천 SK 와이번스의 경기 11회초 1사 2루. 키움 김하성이 1타점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인천=연합뉴스)
하지만 이들은 연장 11회초 속죄했다. 1사 2루에서 김하성이 통렬한 좌중간 2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렸고, 뒤이은 이정후가 좌전 적시타로 쐐기점을 올렸다. 결국 키움이 3 대 0으로 이겨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경기 후 김하성은 "7회와 9회가 아쉬웠는데 꼭 다시 한번 기회가 오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마지막에는 무조건 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사실 1회 주루사로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그래서 하성이 형 대신 나에게 기회가 오라고 속으로 외쳤는데 어쨌든 나도 집중해서 쳤다"고 밝혔다. 움츠러들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다짐은 2차전에서도 이뤄졌다. 이정후는 1차전 뒤 "오늘은 너무 못 쳐서 투수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면서 "그러나 다음 번에 투수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면 우리 타자들이 만회해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과연 2차전에서 키움 마운드는 무너졌다. 선발 최원태가 2회 1점, 3회 2점, 5회 2점 등 4이닝 5실점했다. 그러나 타선이 힘을 내줬다. 4회 3점을 따라붙더니 5회도 3점을 집중시켜 6 대 5로 역전했다. 6 대 7 재역전을 당한 8회도 2점을 뽑아내 기어이 8 대 7 승리를 견인했다.

그 주인공이 김규민, 송성문이다. 김규민은 LG와 준PO에서 타율 1할1푼1리(9타수 1안타)에 그쳐 PO 1차전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2차전에 선발로 나와 2루타 2방에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송성문은 8회 대타로 나와 짜릿한 결승타를 때려냈다. 김웅빈도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거들었다.

이런 가운데 마운드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승리를 지켰다. 조상우가 7회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며 승리 투수가 됐고, 한현희가 8회 역시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2명이 승부처 SK 1~6번까지 상위 타선을 처리한 것.

키움 서건창은 14일 SK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려 4차례나 출루하고 모두 득점권에 진출하는 등 톱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결국 연장 11회 결승 득점의 주인공도 서건창이었다. 사진은 연장 11회 2루타를 때려낸 뒤 동료들을 보며 세리머니 하는 서건창이 모습.(인천=키움)
키움이 이렇게 젊은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베테랑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2014 정규리그 MVP 출신 서건창(30)과 삼성 왕조의 주역이었던 포수 이지영(33), 마무리 오주원(34) 등이다.

서건창은 1차전에서 6타수 4안타 1도루로 부지런히 톱타자 역할을 해낸 끝에 김하성의 결승타를 이끌어냈다. 2차전에서도 5회 추격을 알리는 적시타 등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김하성은 1차전 뒤 "건창이 형이 계속 출루해줘 끝내 결승타를 때릴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지영은 그야말로 복덩이다. 올 시즌 삼성, SK와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입단한 이지영은 이번 PO에서 타율 4할2푼9리 출루율 6할로 하위 타선에서 든든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키움 마운드를 거의 혼자 이끌고 있다. 또 다른 주전급 포수 박동원이 부상으로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가운데 든든하게 안방을 지키는 이지영이다.

오주원 역시 PO 2경기 모두 투입돼 1승1세이브를 거뒀다. 키움이 가장 구위가 위력적인 조상우를 승부처에서 조기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오주원이 마지막에 믿음직스럽게 버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투타, 신구의 조화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키움. 베테랑들이 묵묵히 팀을 이끄는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얻은 기회에서 패기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팀 워크가 더욱 무르익고 있는 키움의 가을야구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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