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6일부터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검찰개혁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당장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한국당 "조국 사태로 전세 역전"
한국당의 '공수처 때리기'가 본격화한 건 지난 14일 조 전 장관 사퇴 직후 황교안 대표 입장문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여기에는 "만시지탄이다. 대통령이 사죄하라"라는 요구 외에 현재 법사위 논의 중인 공수처 설치법을 내년 21대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황 대표는 "검찰 개혁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손을 떼야 한다"며 "진짜 공정, 진짜 정의, 진짜 인권을 보장할 검찰 개혁은 한국당이 앞장서서 이뤄내겠다.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을 뒤엎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공수처의 부작용을 여론에 호소해 여권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은 논의 중인 법안에 공수처장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정권의 칼'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논의 중인 사법개혁법안 중 공수처법을 빼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만 처리하자는 게 한국당 당론이다.
이런 전략에는 조국 사태로 전세가 역전됐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제 이 정권은 검찰개혁을 내세울 명분을 잃었다. 여당은 여론조사 결과에 좀 겸허하게 반응했으면 좋겠다"라며 "조국 이후로 이제 국민들이 우리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장외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는 19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국정대전환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외교·안보 분야 기조 전환과 함께 공수처 법안 폐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이런 주장이 '시간끌기 작전'에 불과하다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사퇴로 검찰 개혁의 명분과 책임감이 더 쌓였다는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신속히 검찰개혁 법제화를 완수하라는 것이 국민 명령이며, 그 명령을 받드는 것이 민주당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흐름에서 사법개혁법안을 선거제 개편안보다 먼저 처리하자는 제안까지 최근 내놓은 상황. 애초 이와는 순서를 반대로 하기로 한국당을 뺀 야3당과 했던 합의를 뒤집는 주장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 등은 그럴 경우 나중에 민주당이 말을 바꾸면 선거제가 엎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바른미래당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선거제 부분은 탐탁지 않아 했고 나중에 꼼수를 부릴 수 있어서 방지 장치를 만들어 놓았던 것인데 그 장치를 풀자는 건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며 반문했다.
이처럼 양측은 조국 정국 이후 검찰개혁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하기 전 샅바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 교섭단체는 16일 오후부터 여야 원내대표와 각 원내대표가 지정한 1명이 참여하는 '2+2+2'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 의장이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는 21일 이후에는 여야 5당 대표의 2차 정치협상회의가 열릴 것으로 보여 역시 주목된다.
여기서는 선거제를 포함해 일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는 탓에 당장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은 모두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 등 원내 다른 정당을 설득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대안신당(가칭) 쪽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에 논의되던 선거제 개편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지역구 의석을 늘리고 비례 의석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