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방으로 승부의 추는 단숨에 키움으로 기울었다. 후속 이정후(20)가 좌전 적시타로 김하성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분위기를 더욱 띄웠고, 이어진 1사 1, 2루에서 제리 샌즈가 중전 적시타로 2루에 있던 이정후를 다시 홈으로 부르며 쐐기를 박았다.
김하성은 PO 1차전 MVP에 선정됐다. 특히 김하성은 앞서 1회 무사 1루와 7회 1사 1, 3루를 비롯해 9회 1사 2루 등 기회에서 모두 침묵하는 등 5타수 무안타 끝에 마지막 타석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극적 효과를 더했다.
하지만 김하성은 경기 후 MVP에 대한 소감보다 다른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드러냈다. 바로 톱타자 서건창(30)이다. 김하성은 "건창이 형이 앞에서 계속 출루를 해줬기 때문에 내가 적시타를 때릴 수 있었다"면서 "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서건창은 1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이날 서건창은 6타수 4안타를 때려내며 이날 양 팀 최다 안타와 출루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김하성 앞에서 기회를 얻어준 서건창이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서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안타를 뽑아낸 서건창은 1사에서 이정후의 빗맞은 안타 때 3루까지 달리는 기민함도 보였다. 7회도 서건창은 1사 1루에서 상대 필승조 서진용에게 좌전 안타를 얻어냈다. 특히 1루 주자 박정음과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기가 막히게 소화했다.
9회는 타격에 주루까지 돋보였다. 서건창은 올 시즌 구원 1위인 SK 마무리 하재훈에게 1사에서 중전 안타를 뽑아낸 뒤 곧바로 2루를 훔쳐 단숨에 득점권을 만들었다. 다만 서건창이 만든 세 번의 득점권 기회는 후속타 불발로 무위에 그쳤다.
만약 서건창이 없었다면 김하성이 앞선 타석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도 없었다. 사실 1회 중전 안타 뒤 오버런으로 횡사한 이정후도 마찬가지다. 서건창이 아니었다면 11회 추가 적시타를 날릴 기회조차 없었을 터였다.
김하성과 이정후, 1차전 결승타와 쐐기타의 주인공들을 만든 숨은 주연이 서건창이었던 것이다. 이날 졌으면 역적이 됐을 김하성, 이정후에게 다시 살아날 기회를 준 인물이 서건창인 것이다.
그래서 김하성이 경기 후 서건창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드러낸 것이다. 서건창이 없었다면 과연 키움이 1차전에서 이길 수 있었을까. 또 김하성과 이정후, 1차전을 승리로 이끈 키움의 젊은 영웅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