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다.
객관적으로 한 수 아래의 기량을 가진 투르크메니스탄과 스리랑카를 차례로 꺾은 대표팀은 사실상 조 1위를 다툴 북한을 상대로 3연승에 도전한다. 북한 역시 레바논과 스리랑카를 상대로 모두 승리하며 2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결은 조 1위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다.
더욱이 이 경기가 비단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폐쇄적인 나라 중 하나인 북한에서, 그것도 현재 휴전 중인 남과 북이 29년 만에 축구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축구가 평양 원정에서 경기했던 가장 최근의 기억은 무려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친선경기를 끝으로 남자축구의 평양 방문은 사실상 한 세대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2년 전 여자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평양 원정을 떠났던 것이 그나마 가장 최근의 방북이다.
KBS와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3사는 북한 현지 중계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공동 중계 방식으로 평양에서 자체 제작한 경기 영상을 국내에서 수신해 중계에 활용하는 방식을 계획했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한 영상 송출을 위해 기술 인력이 평양을 방문해야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들의 평양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들 외에도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문을 위한 비자 발급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결국 남과 북의 대결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평양 원정이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메일이나 팩스 등을 통해 현장에서 경기 상황을 국내로 알려오는 경우 이를 다시 취재진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역시 얼마나 빠르게 전달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달 5일 열린 북한과 레바논의 1차전도 생중계는 없었고, 경기 결과는 종료 이후에야 공개됐다.
한편 북한은 벤투 감독과 손흥민(토트넘) 등 대표팀 인원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포함한 협회 인력, 여기에 대표팀의 안전 문제 등을 책임지는 통일부 등 정부 인력 등 총 55명의 방북만을 승인했다. 이들의 여정은 역시 육로나 비행기 직항로가 아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하는 비행편을 이용해 7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일정의 2박3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