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북한의 변화?...축구 응원을 보자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달라진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그 중에서도 5.1경기장에서의 감동적인 연설과 두 수뇌부의 백두산 천지 방문은 우리 역사에서 길이 남을 장면이다.

그때만 해도 남북관계만은 순탄할 듯했다.

웬만한 걸림돌도 돌파하고 남북이 정상궤도를 달릴 것처럼 보였다.

우리 정부와 민주당,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들은 이제 남북대결은 끝났다고 들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쇼를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릴 때도 홍 전 대표가 이번 엔 틀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북한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다.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합의문을 구체화하기 위해 열린 트럼프-김정은 베트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렇다 할 진척이 전혀 없다.


남북 관계가 오히려 회담 전보다 악화하는 듯하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사진=공동취재단)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국엔 모든 것을 하라고 요구한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북한은 '통미봉남'이라는 전례의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측의 어떤 협력 제안도 거절하는 와중에 15일 평양에서는 남북 축구대표팀 간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이 열린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의 꼬인 실타래가 풀렸듯, 평양에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이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대화의 물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기대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이 남측 응원단과 취재기자들의 북한 방문을 막았다고 한다.

대표팀은 서울-평양 간 직항노선을 놔두고 베이징으로 돌아서 평양에 간다.

오는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원정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출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평양 김일성경기장은 최대 10만 명의 북한 응원단만 운집해 일방적 응원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응원단 한 명이 없는 우리 축구 대표팀의 경기는 사실상 처음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환호하던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젊은 선수들에겐 아주 낯설 것이다.

한국의 축구팬들도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특히 세계적 스타인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등 유럽파 선수들까지 총출동하는 경기인지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스포츠 언론들의 관심사다.

북한이 슬기롭게 대응했으면 한다.

남한 응원단의 평양 방문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정치적 판단의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에 보란 듯이 북한 관중이 우리 선수단에게도 동등하게 응원할 수는 없을까?

평양에겐 남북 축구대결은 월드컵 예선전이라는 절체절명의 경기로써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북-미 핵 협상과 동북아시아 정세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도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응원이 요구된다.

걸핏하면 '우리 민족끼리'를 외친 북한 이번에야 말로 '우리 민족끼리' 전략을 구사하면 어떨까?

우리 축구 대표팀을 향해 야유를 보내거나 북한팀만 일방적으로 응원할 경우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다.

남북의 사회.문화.체육 분야 교류를 확대하자는 평양 공동 선언이 무위로 그칠 공산이 크며 내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나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도 어려울 수 있다.

남북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예선전은 차츰 흐릿해져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맞잡은 사진을 기억 저편에서 다시 꺼내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기다려 본다.

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깨우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그런 호기를 이번에 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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