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번할까요', 헤어지고 질척대기보다는

[노컷 리뷰]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두번할까요'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 영화 '두번할까요' 내용이 나옵니다.

결혼식도 아니고 이혼식이라니! 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는 처음부터 파격적이다. 일단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지금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만나본 적 없었으니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는 어딘가 익숙한 대사와 함께 펼쳐진 이혼식 풍경을 보고 있자면 헛웃음이 터진다. 결혼식과 헷갈리는 듯 몇 번이고 멘트를 고쳐 말하는 명태(정상훈 분)의 표정에서 난감함이 읽힌다.

이 일을 꾸민 건 현우(권상우 분)와 선영(이정현 분). 정확히는 선영이다. 이혼 이야기를 꺼내며 말소리를 높인 두 사람, 선영은 이혼식을 해야 이혼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사상 초유의 이혼식이 진행된 연유다. 이혼 선언문을 같이 읽고 기자회견처럼 질문도 받는다. 궁금한 것 있으면 속 시원하게 물어보고, 뒤에서 누가 때렸네, 맞았네, 바람이 났네 이런 소리 하지 말라는 선영의 대사는 자못 날카롭다.

기념사진도 잊지 않고 찍지만, 이혼식답게 이마저도 범상치 않다. 함께 서 있는 두 사람과 달리 전광판을 두 동강이 나서 왼쪽-오른쪽으로 갈라진다. 요란한 이혼식 후 현우는 사내 평판이 더 좋아졌다. 직장 상사 이부장(성동일 분)은 돌싱이 사람 하나 살렸다며, 다른 직원들에게도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잡으려고 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한다.

긴 외국 여행을 다녀온 선영은 남성 운전자와 시비가 붙고, 생각나는 사람이 너밖에 없다며 전 남편 현우를 부른다.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팔을 다치게 된 선영 때문에 병간호를 하느라 두 사람은 얼렁뚱땅 엮이게 된다. 그렇다고 알콩달콩하진 않다. 현우는 선영이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모습을 눈 뜨고 보기 힘들지만, 선영은 그 잔소리가 듣기 싫다. 또 입을 다물지 않고 쩝쩝거리며 먹는 현우의 식사 습관도 거슬린다.

선영이 깁스를 푼 날, 현우는 이제 뒤치다꺼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다. 하지만 기념으로 술 한잔하자는 제안을 거부하지 못한다. 역시 혼자 사는 게 편하더라는 현우와 달리 선영은 못내 아쉬운 얼굴이다.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옛날 생각도 나더라며, 넌지시 떠보는 말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현우 회사 사람들과 만나고, 술에 취한 선영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을 제어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현우는 회사 사람들 앞에서 실언한 선영에게 따진다. 헤어진 사이답게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마주치면 모르는 체하자고. 여기가 쿨해서 얼어 죽는 할리우드도 아니니, 적당히 모르는 척하며 지내자는 말. 가장 공감 가는 대사였다. 왜 두 사람이 헤어졌는지, 특히 선영은 현우에게 미련이 꽤 남은 듯 보였는데 이혼식까지 강행한 이유가 뭔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 영화에서.

'두번할까요'는 극의 중요한 관계나 이야기 흐름을 자주 우연에 기대거나 얼버무린다. 현우 회사에 악성 댓글을 자주 남기는 이용자가 알고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상철(이종혁 분)이고, 상철이 발을 헛디딘 선영을 구해준 후 썸을 타는 남자라는 설정. 선영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도, 조악하게 느껴진다. 권상우와 이종혁이 함께 나왔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를 하기 위해 현우와 상철의 관계를 그렇게 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두번할까요'에는 배우 권상우, 이정현, 이종혁이 출연한다. 각각 전 남편-전 부인 관계인 현우와 선영 역은 권상우와 이정현이 맡았고, 이종혁은 현우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선영과 새로 만나는 상철 역을 맡았다.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무엇보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공감하기 힘들었던 건 헤어진 부부 두 사람의 감정이었다. 이혼 이야기를 먼저 꺼냈으면서도 뒤에서는 현우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얼굴을 한 선영은, '이혼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지 자기 편한 대로 현우를 부르고 만난다. 전 부인과 교제하고 있다는 상철 때문에 적잖이 당황했으면서도 괜한 험담하지 않고 오히려 둘을 밀어준 현우에겐 '나쁜 새끼'라고 쏘아붙인다.

고등학교 동창과 전 부인이 교제한다는 것을 떨떠름해 하긴 했으나, 혼자 된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새로운 삶을 찾아가려고 했던 현우의 심경 변화도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한 날, 예기치 못한 비가 내리자 현우는 '빡쳐~'라고 하며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투덜댄다. 영화 속이긴 하지만 내심 염려됐다. 저러다 또 헤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활밀착형 코미디에 강한 권상우는 '두번할까요'에서도 실망시키지 않는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작위적이거나 과장됐다는 느낌 없이 태연하게 관객을 웃긴다. 영화 '탐정' 시리즈에서 콤비로 나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성동일과 붙을 땐 웃음이 배가 된다. 단짝으로 나오는 정상훈과도 궁합이 좋았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조금은 데면데면했고, 컴플레인을 거는 악성 고객과 회사 담당자로 만난 살짝 껄끄러운 사이인 이종혁과의 합도 여전했다. 특유의 웃는 모습 때문에 어리숙해 보이고 연애에도 젬병이지만, 의외의 과거를 지닌 상철 역의 이종혁도 자연스레 극에 녹아든다.

주로 어둡고 가라앉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생하는 캐릭터를 자주 맡아 온 이정현은 '두번할까요'로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아쉽다. 'N차원 와이프'라는 설정이라고는 해도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보다는, '진짜 특이해서 굳이 부딪히고 싶지 않은' 저항감이 일기 때문이다. 인물에 충분히 이입할 기회를 주지 않은 감독의 연출 실수가, 선영 캐릭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는 건 여전히 '반대' 입장이나, 한 가지만은 확실히 새길 수 있었다. 헤어지고 괜한 미련에 질척대기보다는 곁에 있을 때 오해와 해묵은 감정이 쌓이기 전에, '사려 깊게 솔직'해야 한다는 것.

17일 개봉, 상영시간 112분 9초, 15세 이상 관람가, 한국, 코미디·멜로/로맨스.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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