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석열, 제2의 채동욱? 지금은 아니다

[구성수 칼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최근 조국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조국 대전' 속에 6년 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소환되고 있다.

채동욱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으로 혼외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임 5개월 만에 낙마한 인물이다.

혼외자 문제라지만 실상은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국정원 등의 조직적인 공작의 희생양이 된 측면이 크다.

채 전총장은 당시 청와대와 여당의 반대에도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여 미운털이 박혔고 여당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채 전 총장이 6년만에 소환되는 것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이와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은 조국 법무부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특수부까지 동원한 강도 높은 수사로 청와대·여권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박종민 기자)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조국 카드를 계속 고집하고 있지만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는 자리에서 '여든 야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주문했지만 그 칼날이 자신을 향할 줄은 몰랐다.

정말 권력이 살아있다면 그 권력을 향한 검찰의 칼날은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다.

윤석열 총장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채 전 총장과 같은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잠시 떠돌았던 이유이다.

공교롭게도 채 전 총장과 윤석열 총장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인데다 오랫동안 검찰 특수통의 상하관계로 함께 일했다.


자신의 낙마를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인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도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에 맡긴 것도 채 전 총장이다.

이후 채 전 총장은 낙마했고, 윤석열 팀장은 수사팀에서 배제되고 박근혜 정부 내내 좌천인사가 됐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후배가 선배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는 얘기는 수그러들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 와중에 친여성향의 주간지 '한겨레21'에서 10일 윤석열 총장 접대 의혹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윤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 윤중천씨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조사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문제를 먼저 보도한 조선일보를 연상하게 한다.

검찰은 즉각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윤씨와 전혀 면식도 없고 검찰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이러한 근거없는 음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증하고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법무부장관도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보도 내용에 대한 점검을 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확인했다.

한겨레21은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3명 이상의 핵심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라며 후속보도를 계속 이어갈 뜻을 밝혔다.

양측의 공방은 계속되면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윤석열 접대의혹'에 대해 공식언급을 자제하면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사실관계는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앞으로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 진행상황과 맞물리면서 이 측면이 크게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사태 진전에 따라 윤석열이 선배인 채동욱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검찰에서 조국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 수사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 접대의혹에 대해 사실을 규명한다고 나서는 것은 필요한 일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막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권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정원 댓글조작 의혹 수사에 훼방을 놓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금은 윤석열 검찰이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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