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탄핵 인정' 요구에 친박·태극기 반발…황교안 해법은?

劉, ‘탄핵 인정’ 등 보수통합 3대 조건 내걸어
한국당 친박계‧우리공화 등 태극기세력 중심 반발
‘통합 주도권’ 쥔 황교안, 총선 승리 위한 고심 깊어질 듯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7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친 오신환 원내대표의 등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보수진영이 반(反)조국 공동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의 ‘조건부 통합론’에 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우리공화당, 태극기세력 등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 전 대표가 지난 9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당과의 통합 선결조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과를 받아들이고,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보수진영이 결집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여전히 이견을 드러내면서, ‘보수대통합’의 과제를 안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 친박계‧우리공화, ‘탄핵 인정’ 요구에 강력 반발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와 최근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의 독자행동 움직임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보수진영 정계개편에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지리멸렬했던 보수진영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지난 3일 보수층이 주도한 집회 중 최대 규모(주최 추산 300만명)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에 맞서 유승민·안철수계 의원들이 연합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출범도 보수통합 움직임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졌다. 개혁보수를 표방한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손 대표 및 호남 의원들과 함께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보수통합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 전 대표와 한국당 친박계가 ‘탄핵 인정’을 두고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보수통합 조건으로 탄핵 인정·보수아젠다 확대·신체제 건설 등 3대 요건을 들었다.

관건은 역시 ‘탄핵 인정’이었다. 2·27 전당대회에서 ‘탄핵 이슈’를 두고 황 대표는 당시 함께 후보로 출마했던 오세훈 전 시장과 김진태 의원의 협공을 받을 정도로 보수진영에서 민감한 문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당시 황 대표는 탄핵을 인정하자는 오 전 시장과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한 김 의원 사이에서 결국 ‘판결은 존중’하되,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식의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황 대표의 지지 기반인 범(凡)친박계 의원 및 당원들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같은 유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한국당 내 친박계를 중심으로 강력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1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유 전 대표가 지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당에서 유 전 대표에게 탄핵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고 검증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당에 ‘탄핵 인정’을 요구하는 건 어림없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범(凡) 친박계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지금 탄핵에 대한 입장을 거론해서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며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탄핵은 불행한 사태였다’고 말하면서 풀어가도 통합이 될까 말까한데, 어떻게 당이 입장을 밝히란 거냐”고 말했다.

태극기세력이 중심이 된 우리공화당은 노골적으로 유 전 대표를 비난하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우리공화당 인지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 의원이 탄핵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일 없이 그와 통합을 논의하면, 모든 책임은 한국당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탄핵으로 인해 대한민국을 좌파세상으로 절단 내놓은 보수 역적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황교안, ‘보수통합’ 솔로몬 해법 내놓을까…수도권 표심 관건

유 전 대표의 ‘조건부 통합론’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부당성을 주장하는 친박계의 강성 발언 사이에서 황 대표의 부담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분열된 보수를 통합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제1야당 수장으로서 책임이 황 대표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중도층 표심 흡수에는 한계가 있어 박스권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tbs 의뢰, 지난 7~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 대상 실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37.5%, 한국당은 34.1%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서울은 민주당 37.2%‧한국당 32.3%, 경기‧인천은 민주당 42.6%‧한국당 30.4% 등으로 집계됐다. 전국 지지율에선 민주당을 오차 범위 안으로 따라 잡았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TK(대구‧경북) 49.4%, PK(부산‧울산‧경남) 44.8% 등 한국당의 텃밭을 기반으로 상승했을 뿐, 전국 정당으로 탈바꿈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현상을 인식한 듯 당 지도부에선 유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미래당계 보수진영과 통합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황 대표 입장에선 보수진영 대선주자로 자리 잡기 위한 전초전으로 총선 승리가 절실한데, 주요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선전하기 위해선 유 전 대표의 합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수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황 대표 측에선 유 전 대표가 보수통합의 조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통합의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 전 대표를 인터뷰를 들여다 보면, ‘탄핵 찬반’을 따지기 보단 '정치적인 승복'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대단한 요구 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친황계 한 의원도 통화에서 “사실상 유 전 대표의 저런 발언 자체가 황 대표를 향해 한 말 아니냐”며 “결국 황 대표가 보수통합 조건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여전히 ‘탄핵 인정’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반(反)조국 움직임이 총선 전 보수통합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점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 ‘대승적 결단’을 통해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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