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해도 국내 중소기업은 안갈래'

취업준비생, 낮은 임금·복지 국내 중소기업보다 일본 등 해외 취업 선호
중소기업, 청년 유인 투자보다는 외국인근로자 등 '값싼 노동력'확보에 더 관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대기업은 인력 미충원율이 3.9%25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은 무려 17%25에 달합니다. 9인 이하 영세 중소기업은 20%25를 넘습니다"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질의했다.

"중기부 조사에서도 '지원자가 없어 사람을 뽑을 수 없다'고 대답한 중소기업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습니다"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체의 부족인원은 24만명으로, 대기업 보다 2배나 많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지만 청년 취업자들은 중소기업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 기업 취업 박람회에는 적지 않은 국내 청년 지원자들이 몰렸다.

최근 한일간의 '냉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구직자들의 일본 취업 열기는 뜨거웠다. 일본어로 면접을 진행한 일부 일본 기업은 즉석에서 채용을 결정하기도 했다.

홍상수 무역협회 차장은 "일본은 인력부족이 심각해 한국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일본은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라서 구직자가 (같은 조건이라면) 더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이질적인 부분이 적어 취업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일본 취업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 박람회에 참가한 취업준비생들은 '국내 중소기업보다는 일본 기업'을 선호했다. 한 취업준비생은 "국내 취업도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일본이 임금상승폭도 크고 기회도 더 많아 일본 취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른 취업준비생은 "대학 동기들도 국내 중소기업은 대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잘 가지 않는다"며 "아예 나처럼 일본을 가거나 미국, 유럽에 취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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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취업준비생도 "일본 기업에 취업한 친구 말을 들어보면 신입사원 때 일본은 여유가 있다고 하는데 국내 기업에 취업한 친구들은 일에 치여 산다"며 "일본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 시스템 때문에 일본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국내 중소기업보다 해외 취업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이 점점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피 이유로 낮은 급여 및 복지가 32.4%로 가장 많았고 고용불안 24.7%, 낮은 성취감 14.4%, 낮은 인지도 12.9%였다.

실제로 임금의 경우 2017년 기준 대기업 직원의 월 평균 임금은 488만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223만원으로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정 외 복지비용도 대기업은 44만 5천원인 반면 중소기업은 17만 4천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7년 기준 대기업 직원의 이직률은 2.5%에 머문 반면 중소기업은 5%로 두배에 달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을 유인하려는 혁신보다는 '값싼 노동력 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는 올들어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와 '수습기관 확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물론 3D업종에도 외국인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쿼터를 확대해야 만성적인 인력난을 그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수습기간도 확대해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를 연구하고 있는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인력 유인을 위한 투자가 가장 중요한 투자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구직자들이 기대하는 급여수준 대비 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이 고급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최근 청년 구직자들은 '관용,여유,존중'등의 기업 문화에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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