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대법 선고를 전후를 교차해 성사된 만남에서 투자와 고용에서만큼은 변함없는 정부 지원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3조1천억대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와 상생협약 발표가 있던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문 대통령을 가장 앞에서 마중했다.
두 사람이 악수를 하던 중 문 대통령은 왼팔로 이 부회장의 오른 손목을 토닥였고, 이 부회장이 곧장 팔을 뻗어 사업장 내로 안내하는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세계시장의 흐름을 제때 읽고 변화를 선도해온 우리 기업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이 부회장은 "오늘 (문 대통령) 말씀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님께서 좀 전에 SF영화에서 보던 모습을 현실화했다라고 언급하셨듯이 우리 상상력만큼이나 무한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이라 믿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외부의 추격이 빨라질수록 도전이 거세질수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더 철저히 준비하겠다. 세계경기가 둔화하고 여려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저희는 흔들리지 않고 차세대 기술혁신과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하자는 말씀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걸 잊지 않겠다"며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그리고 디스플레이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통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이 부회장은 발언을 맺었다.
인사말부터 말을 맺기까지 문 대통령의 연설에 화답하거나 호응하는 내용이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을 처음 찾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발언했고, 이 부회장은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답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의 시기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있지만, 거꾸로 그만큼 신산업 분야 투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동시에 가능한 대목이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만난 건 올해 들어서만 이번이 7번째다.
이날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를 두고 문 대통령의 직접 방문 역시 투자와 상생 협약에 있어 정부가 힘을 싣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 때 전문인력 1만5천명 채용 계획을 내놨다면, 디스플레이 투자를 통해서도 신규채용을 제외하고도 5년간 약 8만1천개 일자리 창출을 추산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대법 판결 전후로 거듭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8월 아산사업장을 찾아서도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LCD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중장기 계획을 밝히며 추진 의지를 거듭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석방 뒤 8월에는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방안이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대책 회의에서 "지난 50년간 삼성의 지속적 혁신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어려운 상황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며 위기 돌파의 카드로 기술 경쟁력과 미래 투자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