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헌법상 직무 독립성을 지닌 기관인 만큼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보고를 없애거나 보고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음에도 전혀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이 9일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감사원의 대통령 수시보고 현황을 살펴보면 감사원은 2017년 문 대통령 취임 후 올해까지 총 5회에 걸쳐 수시보고를 했다.
총 보고 건수는 2017년 6월 국방·방산분야 감사 결과를 시작으로 최근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까지 모두 34건이다.
이는 박근혜정부 초기 2년 반 동안 이뤄진 5회, 19건에 비교했을 때 보고회수는 같지만 건수는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오히려 박근혜정부 집권기 전체 동안 이뤄진 수시보고 총 8회 36건과 규모가 비슷하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시보고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이던 지난 정부 시절 민병두, 이춘석, 박범계 의원 등이 수시보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빈도가 전혀 줄지 않은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최초로 국가정보원과 대검찰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했고 올해 2월 관련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수시보고했다.
핵심 권력 기관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치권 안팎에서 높은 평가가 나왔지만 국정원 감사의 아직 감사 결과가 공개되기 전에 수시보고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수시보고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국방·외교·안보·통일 등과 관련된 중요 감사결과 △국가 등의 재정집행 및 예산낭비와 관련된 중요 감사결과 △국민의 생활 및 안전과 관련된 중요 감사결과 △주요 비위가 확인돼 적기 조치가 필요한 감사결과 등을 보고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국정원 기관운영감사 내용 또한 수시보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면 그 목록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개월 후에 보고하고, 또 법사위가 의결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그 내용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감사원이 제도개선의 노력을 해왔다는 점도 높이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럼에도 감사위원회의 최종 의결 전에 관련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감사위원회 의결은 수시보고 2개월 후인 지난 4월에 이뤄졌다.
감사원이 특정 기관에 대한 감사 결과를 수시보고 한 것이 2014년 9월 서울시 감사 이후 처음이라는 점 때문에 대검찰청 감사 수시보고를 둘러싸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감사 결과를 2018년 11월에 의결하고 보고서도 공개됐는데 3개월 후에 다시 수시보고를 한 점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는 공개된 내용 외에 추가적인 보고 내용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올해 7월 수시보고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의 경우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1호로 지시한 것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권맞춤용 보고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감사원의 이같은 수시보고 행태가 감사원만의 잘못이 아닌, 국회의 임무방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직무상의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수시보고의 명칭을 '중요 감사 결과 등 보고'로 변경하고 보고의 대상과 절차, 공개 여부 등에 대한 내용을 보완한 감사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9월 정부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법안은 1년 넘게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박지원 의원은 "감사원이 수시보고 규정과 절차를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정부의 수시보고 횟수가 박근혜정부 때를 넘어설 정도로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절차 마련도 중요하지만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해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